(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주는 동유럽과 중동 등 일부 지역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란드의 성공 사례는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을 조건으로 했다는 점에서 복제가 불가능한 '일회용 성공'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K-방산이 서유럽과 북미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망을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AI 생성이미지]
◇ 현대로템 '폴란드 90%', LIG D&A '중동 70%' 등 수주 불균형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국내 방산 4사의 수주 잔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38조3천억원(지상 방산), 현대로템[064350] 30조4천46억원(방산 부문 9조8천197억원), LIG D&A[079550] 24조5천700억원, 한국항공우주(KAI)[047810] 25조7천502억원으로 모두 수십조원의 잔고를 쌓아둔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잔고의 지역적 배분을 보면 동유럽과 중동 등 일부 지역으로 치우친 불균형이 드러났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60%에 가까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산 시장에는 아직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에서는 폴란드로의 K-9과 천무 수출이 단일 국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현대로템의 방산 부문 수주액 9조8천197억원 중 2025년 8월 수주한 폴란드 K2 전차사업의 2차 이행 계약이 8조9천814억원으로 91.5%의 비중을 나타냈다.
LIG D&A는 수주 잔고 총 24조5천700억원 중 수출 물량이 14조400억원인데, 중동향 천궁2가 9조8천900억원으로 수출 물량 중 70.4%였다.
특히 폴란드와의 대형 계약은 성공 사례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현재 한계를 보여주는 예시로 지적됐다.
폴란드 수출에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이라는 조건이 붙었고, 이는 수출할 때마다 매번 반복하기는 어려운 '일회용' 모델이기 때문이다.
미국 랜드 연구소는 "폴란드에 통했던 전략이 유럽 전체에서 똑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한국도 힘들게 얻은 기술을 양보함으로써 자기 경쟁력을 갉아 먹는 일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 수주를 통해서 우리나라 방산의 경쟁력과 수출이 크게 성장했다"면서도 "미국과 NATO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방산 4강이 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견고한 NATO의 벽…'상호운용성' 확대 필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방산 업체가 해외 수주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대표적인 경우는 현대로템의 노르웨이 전차 수주 실패, 한화오션[042660]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불발 등의 사례다.
지난 2023년 노르웨이는 한국의 K-2 전차와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한화오션은 최대 60조원 규모의 CPSP 사업에서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경쟁했다. 한화오션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 때문에 특수선사업부의 적자까지 감수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지난 7월 캐나다 정부는 CPSP 우선협상 대상자로 TKMS를 선정했다.
두 차례 수주 불발의 배경에는 NATO의 견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나라 무기의 성능이 뒤지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깊은 외교·군사 관계를 맺어온 NATO 내 동맹국의 무기를 우선 고려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토 동맹망의 외교·군사적 협력관계의 차원 이면에는 군수·무기 시스템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자리잡고 있다.
나토 동맹국 내에 육·해·공군의 협업, 동맹국의 군대와의 원활한 임무 분담이 가능한 표준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개별 무기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면 나토 국가를 선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한·나토 간 '조달기본협정'의 협상에 착수했고, 나토의 방산·원자재 사업에 한국이 옵서버로 참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미와 서유럽 방산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시스템 통합(SI)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나토의 표준과 우리의 표준이 서로 규격이 맞아야 하므로 애초 무기 체계를 만들 때부터 수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현지성을 높이기 위해서 현지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준 교수는 "우리가 나토의 동맹에 준하는 수준의 신뢰를 줘야 유럽 시장도 더 열릴 것"이라며 "기업이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은 정부가 장을 열어줘야 기업이 투자나 현지화 등에 나설수 있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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