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어 올해 상반기도 영업 현금유출…3조 근접한 차입금
R&D 버팀목 정부 지분, 잦은 리더십 교체 빌미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윤은별 기자 = 폴란드 대형 수출 등 화려한 수주 실적 뒤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의 자생력 한계가 숨은 것으로 진단됐다. 국책은행 대주주 체제하에서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대표이사 교체, 핵심 부품 수직계열화 부재에 따른 마진율 정체, 영업현금흐름 악화와 부채비율 급증 등 구조적·재무적 한계가 중첩되면서다. 독자적인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글로벌 6세대 방산 격전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평균 2년 반마다 바뀌는 수장…백년대계 전략에 걸맞나
11일 KAI에 따르면 2025년 7월 강구영 전 대표가 중도 사임한 뒤 차재병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김종출 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KAI 정관상 사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정권 교체와 수사, 감사 등 정치적 특수성 탓에 역대 수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8개월 남짓에 불과했다.
KAI의 지배구조적 약점은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지분율 26.41%) 체제에서 시작된다. 형식은 민간 상장사지만 실질적으로 정권의 인사권이 작용하는 준공기업 구조다. 역대 8명의 사장 중 내부 승진 출신은 단 한 명뿐이었다.
KAI가 현장 엔지니어들의 헌신으로 국책 개발 사업들을 완수해왔지만, 15~20년이 소요되는 전투기 개발 및 차세대 전략을 1~2년짜리 수장이 구조적으로 유연하고 일관되게 확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일부의 시각이다. 더 원대한 중장기 비전을 이끌어갈 리더십의 연속성이 부족했다는 평가 속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여파로 리스크가 큰 미래 연구개발(R&D) 투자를 피하는 '보신주의'가 고착화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정치적 이유로 수장이 자주 바뀌면서 중장기 투자 결정이 부재했고 KAI의 방산 수출 주도력도 과거에 비해 약화했다"며 "세계 방산 시장이 단순 가성비에서 '패키지 경쟁'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현재 체제로는 미국·유럽 등 대형 시장 진출에 경쟁력이 낮다"고 말했다.
◇ '체계통합' 기술 높지만…부품 수직계열화 부재로 박한 마진율
KAI는 30만개 이상의 정밀 부품과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는 최고 난도의 체계종합(System Integration) 기술과 위험천만한 시험비행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완제기 제작에 들어가는 고마진 핵심 부품을 직접 내재화하지 못한 사업 구조는 한계로 꼽힌다. KF-21 등 주요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엔진과 레이더 등을 직접 계약해 제공하는 관급(GFE) 조달 방식을 따른다. 엔진은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AESA(능동전자측면주사) 레이더 등 항전장비는 한화시스템[272210]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079550]가 공급한다.
미국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선진 기업들도 관급품을 조달받아 체계통합을 수행하지만, 압도적인 체급과 생태계 지배력을 갖춘 거대 기업과 달리 KAI는 자체 부품 수직계열화 없이는 높은 마진율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는 박한 이익률과 수주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완제기 수출 호황기였던 작년 KAI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7.28%였으나, 올해 1분기 6.14%에 이어 2분기에는 4.1%까지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신규 수주 역시 3천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9% 급감했다.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10~15%대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국내외 주요 방산기업과 대조적이다. KAI는 작년 사업보고서에 "첨단 부품의 경우 인플레이션보다는 시장장악력 등 협상에 의한 가격 변동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적었다.
해외 수주전에서는 부품사 원가에 갇혀 가격 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산 미사일 무장 연동을 위해 미국 정부(FMS) 및 해외 원천 기술사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승인을 기다리는 폴란드 FA-50PL 수출 사례가 대표적이다.
◇ 초고위험 R&D와 수출 금융…단독 체급으로는 감당 불가
재무 건전성 경고등도 켜졌다. KAI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마이너스(-) 9천3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 흐름을 지속했다. 현금이 마르자 빚이 늘었다. 연결 부채비율은 2024년 364.66%에서 2025년 446.57%, 올해 2분기에는 484.2%까지 치솟았다.
차입금 총액은 2조9천801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자금난을 메우기 위해 차입을 이어가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됐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AI는 자체 자금 1천25억원을 선제 투입해 6세대 전투체계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체계(MUM-T)와 AI 파일럿 개발에 나섰지만, 미국과 유럽 등이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글로벌 6세대 패키지 경쟁에 단독 체급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방산 수출 시 국내 기업 전반이 공적 금융 지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거대 패키지 수주전을 주도할 수 있는 대형화와 자본력 확충 필요성이 제기된다.
KAI 측은 사업 구조와 재무 상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초장기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항공우주 산업 특성상, 단기 수익 추구에 흔들리지 않는 정부 지분 구조는 사업의 연속성과 국가 전략 과제를 완수하는 데 오히려 강력한 핵심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투기 사업은 기체 판매뿐만 아니라 30~40년간 지속되는 후속 지원(MRO) 사업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며 "체계개발 단계에서 대규모 양산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일시적인 선투자로 발생한 재무적 현상일 뿐, 하반기 KF-21 및 LAH 양산 전환과 말레이시아 FA-50M 납품 대금이 유입되면 현금흐름과 재무 건전성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byun@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