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인공지능(AI) 붐으로 메모리 칩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심화하면서 의료기기부터 자동차,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들이 필요한 칩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18명의 익명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업과 로비스트들은 기존 방식부터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이 회사가 속한 산업에 더 많은 칩을 할당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포함한 연방 정부 차원의 정책 개입까지 다양한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세 명의 관계자는 "(메모리 수요) 기업들이 (메모리 제조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연구 및 제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2022년 칩스 및 과학법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 칩을 공급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5명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AI 산업 외 다른 산업에도 메모리 칩을 할당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국가안보 위기 시 대통령이 민간 산업의 생산과 조달을 직접 지시하거나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는 미국 연방법이다.
실제 기업들의 메모리 칩 부족은 심각하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홍수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앞서 지난 6월엔 여러 무역 협회들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메모리 칩 시장의 심각한 불균형이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이나 상무부가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메모리 공급에 개입할지는 불확실하다. 백악관과 상무부는 (메모리 칩의) 가격 인하를 원하면서도 미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센터에 투입될 메모리 칩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삼성,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세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칩스법과 유사한 추가 지원을 위해 의회에 로비하고 있으며 새로운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환경 규제 완화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반도체 산업 무역 협회(SEMI)는 지난 7월 메모리 칩 가격 책정이나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개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무역 협정을 활용해 생산량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하며 미국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한 세액공제 혜택 연장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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