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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세제 더 있다…재벌 상속수단 '지주회사 특례' 또 연장

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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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손질…지주사 특례도 고쳐야

'영구 면제' 허점은 막았지만…분할납부 전환은 7년째 시행 미뤄

코리아 디스카운트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대주주가 내야 할 주식 양도소득세를 미뤄주는 세제 혜택이 또다시 2년 연장된다.

정부가 중복상장을 막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중복상장을 부추기고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쓰여 온 핵심 세제 혜택은 20년 넘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를 막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거센 반발 속에 재검토 수순을 밟고 있으나 같은 성격의 지주사 과세특례는 별다른 논란 없이 2028년 말까지 유지되는 모습이다.

◇세금 없는 지주사 전환…'중복상장 디스카운트' 고착화

1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조특법 제38조의2(지주회사의 설립 등에 대한 과세특례)의 적용 기한을 2026년 말에서 2028년 말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지주회사를 만들 때 대주주가 보유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는 대신, 당장 내야 할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미뤄주는 제도다. 세금 부담 없이 지주사 체제를 꾸릴 수 있게 되면서 모회사와 알짜 자회사가 둘 다 증시에 남는 '중복상장' 구조가 국내 대기업에 굳어졌다.

문제는 중복상장이 주가를 깎아 먹는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점이다.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으면 하나의 사업 가치가 두 번 계산돼 지주사 주가는 실제 자회사 지분가치보다 대폭 싸게 거래된다.

정부도 최근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조이고 있지만, 정작 중복상장 구조를 양산하는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쪼개고 바꾸기'의 마법…돈 안 들이고 지배력 확대

회사를 쪼개고 지분을 맞바꾸는 과정에서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부가 이전되는 구조적 문제도 크다.

기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갤 때(인적분할), 알짜 사업을 떼어낸 사업회사 주가는 뛰고 껍데기만 남은 지주회사 주가는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박진우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이민교 씨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07∼2017년 인적분할로 지주사 전환을 마친 중견기업 51곳을 분석한 결과, 재상장 직후 지주회사 주가는 평균 10.91% 떨어진 반면 사업회사 주가는 31.66% 급등했다.

주가가 엇갈리는 시점에 대주주는 가격이 뛴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고, 가격이 내려앉은 지주사 신주를 대거 배정받는다.

대주주는 주식 교환만으로 지주사 지분을 손쉽게 불리지만, 지주사 주가 할인이 예견된 상황에서 굳이 청약하지 않는 일반주주의 지분은 희석된다. 대주주가 사재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대폭 키우는 구조다.

박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이 과정을 거치며 대기업 지주사 7곳 대주주의 지분율은 평균 22.52%포인트나 뛰었다.

정부 2019년 세법개정안

◇"순환출자 없는 기업도 승계용 활용"…미·일에 없는 대기업 특례

제도 도입의 본래 명분이었던 '순환출자 해소'와 무관한 기업들마저 이 제도를 경영권 승계 통로로 활용하면서 시장의 불신은 더 깊어졌다.

지난해 파마리서치와 하나마이크론은 순환출자 구조가 아님에도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가 대주주 편법 승계 의혹과 소액주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하거나 중단했다.

파마리서치의 경우 분할 발표 직후 외국계 증권사가 기업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 오직 거버넌스 악화(Red flag)만을 이유로 적정가치를 32%나 하향 조정하는 등, 중복상장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한다는 자본시장의 경고가 잇따르기도 했다.

자산 5천억원 이상 대기업에만 세금을 유예하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술지 '조세연구'를 통해 "세법은 통상 영세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데, 이 특례는 덩치 큰 대기업에만 혜택을 몰아준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도 지주사 전환에 이런 특별 혜택을 두지 않는 만큼 조특법상 과세이연 특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감사를 맡고 있는 심혜섭 변호사는 "지배력을 높이려고 회사를 쪼개고 붙이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이익을 챙기는데, 여기에 발생하는 양도세까지 미뤄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자회사 배당금 우대 등 다른 지주사 혜택은 이미 다 정리됐는데 유독 이 특례만 남아 주주 권익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구 면제' 막았지만 분할납부 7년 표류…10년간 13조 세금 미뤄줘

과거에는 이연된 양도세가 영구 면제되는 입법적 허점도 있었다.

2012년 지주사로 전환한 삼양그룹은 이듬해 지배주주 일가가 사망하자 국세청이 상속에 따른 양도세를 부과했으나, 법원이 "상속은 주식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를 취소한 것이다.

세금 이연 상태에서 상속이 이뤄지면 과세 자체가 소멸하던 결함이 드러나자, 정부는 과세이연 종료 사유인 처분의 범위에 상속과 증여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과세를 정상화하겠다며 마련한 '분할납부' 방안은 7년째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세법 개정을 통해 무기한 과세이연을 '4년 거치 3년 분할납부'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시행 시기는 2024년과 2027년으로 잇따라 유예된 데 이어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2029년으로 재차 연기됐다.

그 사이 유예된 세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이 제도로 과세이연을 신고한 지주회사는 70개(대기업 36개)로, 이연된 세액은 13조2천669억원이다.

과세특례의 과도한 혜택은 정부 스스로도 이미 인정한 대목이다.

재경부(당시 기획재정부)는 2019년 세법개정안에서 분할납부 방식을 도입하며 "주식 처분 시까지 무기한 과세가 미뤄져 지배주주 등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적격합병·분할, 포괄적 주식교환 등 일반 구조조정 과세특례로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하며,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 역시 일반 제도만 두고 있다"고 명시했다.

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대안을 스스로 인정해 놓고도 시행을 7년째 거듭 미루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경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특례 기한을 연장하는 한편, 합병으로 자기주식을 소각할 때도 세금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신설하기로 했다. 반면 대주주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가 누르기를 막겠다던 법안은 실효성 논란 속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재경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분할납부 시행을 또다시 유예한 배경을 묻는 질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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