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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칩 넘어 'AI 금융'까지 손대는 이유는

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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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C·GPU 구매 자금까지 금융화·컴퓨트 담보 신용시장 개척

'순환금융' 위험 재부각·메모리 업계엔 긍정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엔비디아가 이번에는 반도체가 아니라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AI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까지 연결해 스스로 시장의 수요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외신과 엔비디아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블랙스톤, KKR, 아폴로글로벌, 브룩필드자산운용 등 월가 대형 투자사들과 함께 5천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고객들이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컴퓨트 금융 플랫폼과 전용 자금풀을 조성한다.

시장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AI 인프라 대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구조화 금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금융전문매체 배런스는 이를 두고 엔비디아가 사실상 'AI의 은행' 역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칩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AI 인프라 투자 자금까지 연결하는 금융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젠슨 황, 올해 6월 초 방한 당시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GPU 공급자에서 AI 인프라 금융 설계자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고객사의 고민은 GPU 확보에서 이를 살 돈을 마련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수십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최신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면 막대한 선행 자금이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이를 금융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월가에서 보험사와 연기금 등의 자금을 모아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AI 기업에 대출·투자하고, 이를 다시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는 칩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생산적이고 투자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인 'AI 공장'을 만드는 것을 돕고 있다"며 "AI에서 컴퓨트는 곧 매출"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엔비디아 컴퓨트를 담보로 한 신용시장을 새로 만드는 기회에 흥분된다"고 언급해, 엔비디아 컴퓨트를 담보로 한 새로운 신용시장 개척 가능성을 언급했다.

GPU와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산업설비를 넘어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편입되는 셈이다.

엔비디아 본사 모습

[출처: 엔비디아 홈페이지]

◇ AI 인프라도 금융상품으로…커지는 자본의 역할

이번 플랫폼이 주목받는 것은 AI 투자 경쟁의 병목이 기술뿐 아니라 자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어서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는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GPU까지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어떻게 조달할지가 AI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금융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개발사는 대규모 초기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지 않고도 데이터센터를 늘릴 수 있다. 금융사 역시 AI 인프라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AI 인프라가 부동산처럼 장기간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고객사의 자본 부담을 낮추면 GPU 구매 여력이 높아지고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AI리더 만찬에 참석한 리더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순환금융' 우려 재부각…메모리 업계엔 긍정적

반면 금융과 AI 산업의 결합이 깊어질수록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그 자금이 다시 자사 GPU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이른바 '순환금융' 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런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도 이러한 구조가 AI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산업 내부의 위험을 금융권으로 확산시키는 통로가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수천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지원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정 기업과 AI 산업 전반에 대한 신용집중 위험도 제기된다.

데이터센터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거나 AI 서비스의 수익화가 늦어지면 손실이 개발사뿐 아니라 대출 금융사와 ABS 투자자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창구가 넓어질수록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GPU와 함께 탑재되는 HBM과 서버 D램 수요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에릭 우드링 애널리스트도 "AI 컴퓨팅 수요 확대로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가 가속하면서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는 물론 메모리 가격과 관련 기업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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