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李대통령이 열어둔 세제개편 수정…'비거주 1주택' 넘어 어디까지 손대나

26.08.12.
읽는시간 0

비거주 공제·공동명의·장특공제 등 곳곳 논란…세목간 정합성도 과제

ISA 등 보완 지시 이어 부동산도 사실상 수정 신호…시장, 수정 폭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타당한 반론은 받아들여야 한다며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의 관심이 부동산 세제의 보완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앞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 등에 대해 보완을 지시한 데 이어 부동산 세제를 놓고도 "안을 낼 때는 변경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시장에서 부작용이 지적된 부분을 다시 살펴보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12일 청와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가장 먼저 수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12억원 초과에서 14억원 초과로 높였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도 14억원으로 확대했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과세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14억원이지만 일단 과세 대상이 되면 세액 산정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가격의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비거주'를 어디까지 투자 목적으로 볼 수 있느냐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질병, 부모 봉양 등의 이유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투기 목적의 보유자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 국회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고려해 취학이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손주 돌봄이나 장기간의 직장·교육 문제처럼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유를 모두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비거주 기본공제 9억원 자체를 조정하거나 불가피한 비거주의 인정 사유와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적인 수정 후보로 꼽힌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도 논란거리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부가 한 채를 공동명의로 보유할 경우 개별과세를 선택하면 각각 9억원씩 총 18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안에서는 거주 공동명의자의 공제는 유지되지만 비거주 공동명의자의 개별공제는 각각 4억원, 총 8억원으로 줄어든다. 공동명의 1주택 특례를 선택하더라도 비거주자는 9억원의 공제를 적용받는다.

이에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한 채를 부부가 나눠 보유한 것뿐인데 거주 여부와 명의 형태에 따라 세 부담 차이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동명의자는 연령과 보유·거주기간, 주택가격 등에 따라 개별과세와 1세대 1주택 특례 가운데 유리한 방식을 다시 따져야 한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과세 방식을 조정할 경우 공동명의 과세와의 정합성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수정 논의가 번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안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재설계한다. 현재 보유와 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적용되는 공제를 단계적으로 바꿔 2029년부터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로 전환한다. 여기에 공제액 한도도 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으로 신설한다.

이 역시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한 채를 보유했지만 생업이나 교육 등의 사유로 직접 살지 못한 사람을 어디까지 투기 수요로 볼 것인지의 문제가 생긴다. 비거주 예외를 종부세에서는 폭넓게 인정하면서 양도세에서는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세목 간 정책 정합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고령·장기보유자의 종부세 부담도 추가적인 쟁점이다.

정부는 장기보유에 따른 세액공제를 줄이는 대신 거주기간 중심으로 공제체계를 바꾸고 고령자 공제와 합산한 세액공제 한도를 2027년 800만원, 2028년부터 6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소득이 많지 않은 은퇴자가 집값 상승으로 고가주택 보유자가 된 경우 현금흐름에 비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까지 더해지면 세 부담 증가가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안은 현재 60%인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고가주택에 대한 세율 강화와 종부세 세부담 상한 상향까지 겹치면서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액 증가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가 이번 보완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 강화라는 정책 방향까지 되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예외를 지나치게 넓히거나 고가 1주택자의 공제를 다시 확대하면 실거주를 우대하고 자산가액이 큰 주택에 적정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이번 개편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결국 관건은 정책의 방향은 유지하면서 어디까지 세부 설계를 고칠 것인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정할 필요가 없는 100% 안을 내라고 한다면 사실 사람이 그러기 쉽지 않다"며 "확정된 안을 내고 무조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안을 낼 때는 변경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번 세제개편안이 정부 확정안이 아니라며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수정·보완한 뒤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ISA 등 자본시장 관련 제도에서 이미 시장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보완을 주문한 만큼 부동산 세제 역시 사실상 수정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정부안 발표 직후 논쟁이 '증세냐 감세냐'에 집중됐다면 대통령이 직접 수정의 문을 열어둔 지금은 '무엇을 얼마나 고칠 것인가'로 초점이 이동한 셈이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9억원 공제를 손대면 공동명의와 고령·장기보유 공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연쇄적으로 정합성을 따져야 한다. 한 부분을 고치면 다른 부분의 기준이 다시 문제가 되는 구조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핵심은 공정과세와 실거주 우대라는 큰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시장과 국회가 제기한 '억울한 1주택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최종 세제개편안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 세종 국무회의 발언

(세종=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1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정지서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