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로보로스 파이낸싱(Ouroboros Financing)은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서로의 제품·서비스를 사주는 방식으로 얽혀, 매출과 기업가치를 동반 부풀리는 구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AI 순환거래(Circular AI Deals)'로도 불린다.
이름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뱀 '우로보로스(Ouroboros)'에서 따왔다.
이 구조가 다시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건 '빅쇼트'의 실존 인물인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의 경고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알파벳(구글)이 역대 최대 매출을 내고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상장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점을 짚으며, 1조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AI 시장 성장세가 사실상 순환거래로 만들어진 착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오픈AI·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AMD·코어위브 등 6개사는 서로 투자자이자 고객, 공급자 역할을 겸하며 촘촘히 얽혀 있다.
오픈AI는 오라클로부터 5년간 3천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사들이기로 했고, AMD는 오픈AI를 장기 고객으로 묶어두는 대가로 자사 지분 10%를 주당 1센트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내줬다.
엔비디아도 오픈AI와 앤트로픽에 각각 최대 1천억달러,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엔비디아 칩 구매 대금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자금 순환 구조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사업 초창기에는 관련 기업들의 외형과 몸값을 동반 키우며 생태계 형성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다.
문제는 AI 붐이 식고도 소비자 대상 실질 매출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서로 얽힌 지분가치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닷컴버블 당시 통신장비업체가 신생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던 '벤더 파이낸싱'과 뼈대는 비슷하지만, 이번엔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소수 하이퍼스케일러 생태계 안에서 지분 투자와 서비스 구매가 뒤섞여 있어 규모와 얽힌 정도가 훨씬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비중이 큰 만큼, 글로벌 AI 순환거래발 밸류에이션 조정 우려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부 이규선 기자)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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