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계적 경제 석학 모리스 옵스펠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 최근 미국 재무부가 실행한 엔화 개입 지원에 대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혹평했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은 12일 PIIE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개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서로 상충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모습이 드러났다"며 "미국이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막대한 힘을 갖고는 있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입이 일본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지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라면서도 "일본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의 상당한 이해관계에도 엔화 개입 지원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변동환율제도로 발전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환율 추세가 주로 통화와 재정 정책, 장기적인 무역 동향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외환시장 개입은 기껏해야 불규칙한 환율 변동을 단기적으로 조정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국 재무부가 취하고 있는 적극적인 환율 개입은 정책 간의 내재적인 상충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잘못된 믿음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이어져 경제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최근 엔화 개입과 관련한 정책적 모순은 무역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과 5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합의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는 엔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면서 엔화 약세가 역내 전체 통화 약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지역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의 위협 대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국방비 증액을 포함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시장 불안, 일본의 높은 국가부채 비율 등에 기인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실질 금리가 미국보다 훨씬 낮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데, 베선트 재무장관이 일본에 금리 인상을 촉구하고 일본은행(BOJ)도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 당국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악화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시장 개입은 기껏해야 이러한 상충하는 요인들을 단기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칠 뿐이다"라고 말했다.
'강한 달러'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베선트 재무장관이 엔화 강세를 유도하는 것은 결국 달러 약세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모순적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역내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베선트 재무장관의 우려는 사실상 달러 약세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도 했다.
일본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엔화 개입 지원에 나선 것이란 분석에 대해선 "미국의 재정적자 지속과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 사이에서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입 지원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국채 시장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FIMA 레포'(외국통화당국 대상 레포)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베선트 재무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FIMA 레포는 즉각적인 금융 안정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 통화당국의 환율 관리 활동을 지원해 국채 금리를 안정시키는 용도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며 "목적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무부가 FIMA 레포를 전 세계 금융 외교의 보조 수단으로 일상화한다면 연준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세종=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2.9.21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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