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수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자산부서장 인터뷰
"자본이나 속도 아닌 신뢰가 남는 구조 먼저 만들어야"
[출처: 신한투자증권]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약 6개월. 증권사들이 막판 채비에 분주한 사이 최인수 신한투자증권 디지털자산부서장은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사들이며 주도권 경쟁에 뛰어드는 동안 신한이 고른 승부처는 화려한 딜이 아니라 제도가 시행되는 날 고객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토대다.
인터뷰를 마친 그가 곧바로 향한 곳도 미리 준비할 사안들을 점검하는 유관 부서 회의였다.
최 부서장은 1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두 건의 개념검증(PoC)을 하는 것도 유의미하지만 자본이나 속도가 아니라 신뢰가 남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의 기술적·사업적 환경을 제시하는 곳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올해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도 내부 통제 표준화로 요약할 수 있다. 발행과 유통, 원장까지 부서마다 기대와 시각이 다른 신사업을 전사가 같은 눈으로 보게 만드는 일이다.
"이건 개인이 할 일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도 회사에 남는 내재화된 자산"이라며 "정량적으로 몇 건을 하겠다는 목표보다 올해 안에 신사업의 틀을 잡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 디지털자산도 신한증권 AX의 한 축…"STO는 대체재 아닌 보완재"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거쳐 올해 2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자산을 함께 아우르는 AX(인공지능 전환)본부를 발족했다. 디지털자산을 단발성 신사업이 아니라 AI와 나란히 회사 전환의 한 축으로 앉힌 셈이다.
최 부서장은 부서 출범 직후인 올해 3월 말 합류했다. STO 사업자인 에이판다파트너스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조각투자 영역에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끌어냈고, 블록체인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지내며 디지털자산 인프라 설계와 신사업 발굴을 이어온 인물이다.
현장을 두루 거친 그가 내리는 토큰증권의 정의는 분명하다. 기존 시장을 대체할 새 영역이 아니라, 기존 시장이 놓친 빈틈을 메우는 보완재라는 것이다.
최 부서장은 "국내의 STO와 해외의 실물연계자산(RWA)은 실물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무형의 가치에 값을 매기는 비트코인 등 크립토와 명백히 다르다"며 "기초자산이 실재하는 만큼 상대적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 선택지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말이다. 그는 "어떤 회사의 B 사업은 별로지만 A 사업은 좋아 보인다면, 그 사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STO"라며 "기업공개(IPO)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면 투자자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기업도 상장이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외의 조달 수단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상품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미술품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자산은 제휴로 풀고, 증권사가 잘하는 영역은 직접 만든다.
최 부서장은 "제휴사인 투게더아트는 미술품을 보는 안목과 보관 노하우에서 증권사보다 압도적"이라며 "다만 가치평가나 구조화에서 증권사가 강점을 가진 영역이 있다면 내부 리소스를 활용해 상품화에 기여할 수 있고, 그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겨냥해 '캔톤' 투자…국내 출발점은 '펄스'
블록체인 인프라 선택에서도 신한의 계산은 같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기관 특화 블록체인 '캔톤' 운영사인 디지털에셋에 투자했다.
최 부서장은 "회사의 사업 구조와 성장성, 미국 내 주요 테스트 참여를 보고 재무적 관점에서 투자하게 된 것"이라며 "캔톤이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의 표준 중 하나가 된다면, 향후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그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도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의 출발점은 신한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프라이빗 체인 '프로젝트 펄스'다.
그는 "노드가 분산돼 있고 수수료 격인 가스비(Gas fee)도 필요 없는 프로젝트 펄스로 시작해보려 한다"며 "향후 당국이 해외 체인과의 연계로 확장성을 열어준다면 그때 캔톤이든 옵티미즘이든 고려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그는 "일부 회사들의 움직임에는 법제화 전 불확실성에 베팅한 측면이 있다"며 "은행 지주 산하에서 그 영역까지 관여하는 게 적합하고 철학에 맞느냐의 문제도 있고, 신한은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가장 신경 쓰는 곳"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결정하지 않는다고 기회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전기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느냐"라고 했다.
결국 최 부서장이 그리는 디지털자산 사업의 방향은 아직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초기 시장에서 고객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틀을 먼저 세우는 일이다.
그는 "초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라며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초기 시장에는 한 건 한 건이 큰 타격이 되는 만큼, 자본이나 속도가 아니라 신뢰가 남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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