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10% 수준으로 줄어든 비아파트 공급
대형건설사 중심 대책으로는 공급 가뭄 해소 어려워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이임 기자 = 정부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이른바 '닥치고 공급'에 집중하면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재의 주택공급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해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린벨트 해제는 아파트 공급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공급 공백은 오피스텔, 연립, 다세대 주택 등 비아파트 부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땅이 없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근본원인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을 골자로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그린벨트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34㎢를 해제한 이후 대규모로 풀린 적이 없다.
지난해 기준 서울 내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 수준이다. 강남권에서는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일대 등이 포함된다.
경기도에서는 하남시 감일동, 성남 서울공항 부지 등도 그린벨트 해제 시 활용 가능한 후보지로 꼽힌다.
그린벨트 해제는 신속한 입지 확보라는 장점이 있지만, 지구 여건과 주민 반발에 따라 성패가 극명히 갈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제4차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하남시 감북동 일대는 주민 반발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재무 여건 약화 속에 공식 해제됐다.
현재 추진되는 서리풀지구 등 핵심지 역시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이 향후 주택 공급의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사유지가 대부분인 그린벨트 토지 보상에 초기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부채 규모가 1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LH의 재무 여건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따라 향후 그린벨트 해제 부지 개발 시 LH의 사업비 부담을 줄이고 착공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방식 등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매년 누적되는 준공 가뭄…그린벨트 해제만으론 비아파트 고사 해결 한계
과거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보금자리주택 1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공급 물량만 100만호였다. 이런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이유는 그린벨트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닥치고 공급'을 외치는 현 정부가 유혹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에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서울 및 수도권에 연평균 27만호, 총 135만호의 신규 주택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정부의 공급 목표에는 과거 누적된 공급 부족분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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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장기주거종합계획에 따른 수도권 주택 수요 추정치는 2023년 27만8천호, 2024년 27만6천호, 2025년 26만8천호, 2026년 26만호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뤄진 수도권 준공 실적은 2023년 17만7천호, 2024년 19만2천호, 2025년 16만6천호에 머물렀다.
3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분만 28만호가 넘는다. 필요 수요 대비 매년 최소 8만호에서 최대 10만호가량의 실질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쌓였다.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는 지난해 제시한 공급 목표도 한참 미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착공 실적(6만5천204호)은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연평균 목표치(27만호)의 24%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목표치를 반기 단위로 나눠도 절반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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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동안 주택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비아파트 주택이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아파트 착공 실적은 2024년 15만호, 2025년 15만3천호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만8천호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비아파트의 착공 실적은 2024년과 2025년도가 동일하게 약 1만4천호, 올해 상반기는 약 7천호 수준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번 주택공급 대책이 단순한 숫자자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아파트 중심의 대규모 택지 공급이 아니라, 비아파트 시장의 착공을 견인할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셈이다.
◇ 비아파트 주택 시장 특성 고려한 공급자 금융 대책 나와야
건설 애널리스트를 지낸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2020년 이후 벌어진 전세사기 여파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비파아트 주택의 공급자금융이 사실상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아파트에 비해 상품성이 낮은 비아파트주택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공급자 금융 역할을 했는데 전세사기로 이런 자금 흐름이 단절됐다는 이야기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이자에서 임차료로 지급 방식의 변화일 수 있지만 건설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채 대표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간 비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우 전세금 시장의 축소와 함께 공급 축소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세금을 늘리는 대출은 미래의 전세사기 환경과 거시금융 관리에 문제를 일으키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오피스텔·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 사업자를 위한 공급자 금융"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공급자 금융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해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물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런 방안이 중소형 비아파트 시장까지 온기를 넓히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비아파트 시장은 대형 개발사가 아닌 중소형 시공사 위주로 형성돼 있는데, 이들의 낮은 신용등급과 높은 조달 금리 탓에 실제 PF 자금 집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산업 용지에서의 오피스텔 용적률 완화 카드도 고심 중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아파트 공급과 별도의 비아파트 공급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동시에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도 확보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비아파트 공급 시장 생태계가 많이 망가져 있는 만큼 대출과 세제, 수요자들을 위한 보증 제도를 복원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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