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미국과 일본이 사상 초유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엔화 약세를 막지 못하는 이유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엔화의 근본적인 약세 요인인 미국과 일본 간 수익률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외환시장 개입만으로는 엔화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연합인포맥스 해외 주요국 외환시세(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말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 이후 155엔까지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159엔을 웃돌며 개입으로 얻은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모넥스그룹의 제스퍼 콜 이사는 "개입은 시장을 겁먹게 만들었지만, 일본의 자금조달 비용이 해외 수익률보다 낮은 한 자금이 최대 수익률을 찾아 움직이는 금융의 법칙까지 막지는 못한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의 핵심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 후반대인 반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8% 수준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미국 국채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할 유인이 여전히 크다는 설명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마사히코 루 선임 채권·통화 전략가는 "이번 개입은 시장 심리를 재설정하고 미국과 일본 간 정책 공조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도 "달러화를 지지하는 수익률 우위를 아직 없애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입은 투기를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여건을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국제유가 오름세도 엔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만큼 유가 상승이 일본의 무역 및 경상수지에 부담을 주는 반면, 미국의 높은 금리는 달러화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오는 9월 예정된 BOJ 금융정책결정회의로 향하고 있다.
모넥스의 콜 이사는 투자자들에게 개입 자체보다 BOJ가 통화정책을 보다 공격적으로 긴축하지 않는 점이 더 큰 충격이었다며, 일본의 금융시스템이나 막대한 정부부채 부담이 추가 금리인상을 제약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롬바르드 오디에의 존 우드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개입이 "제한적인 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BOJ가 최소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엔화 약세를 단순히 금리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미국과 일본 간 '투자력의 비대칭'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민관 투자 확대 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엔화 약세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투자 확대"라며 일본 내 자산의 매력도를 높여 국내 저축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개입은 엔화 약세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급격한 추가 하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 전략가는 달러당 160엔이 "정치적인 저지선"이 됐다며 엔화가 해당 수준을 빠르게 돌파할 경우 일본 당국이 다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움직임이 빠르거나 무질서해진다면 또 다른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다만 개입은 시간을 벌어줄 뿐이며, 결국 핵심적인 역할은 이르면 9월부터 시작될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일본은 외환시장 개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위기 대응용 유동성 공급 제도인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기구'의 활용 방안도 강조하고 있다.
해당 기구를 활용하면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해야 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의 비용을 높일 수는 있지만, 미국과 일본 간 근본적인 수익률 격차에 기반한 엔화 약세 압력까지 없애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콜 이사는 "시장을 겁주는 것은 쉽지만, 시장의 행동을 바꾸려면 유인과 신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홍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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