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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현대차 고민 해결한 '안내서' 한 권

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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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창립 60주년을 바라보는 굴지의 자동차 기업 현대차[005380].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전통 제조 기업의 목표는 비단 더 똑똑한 자동차를 파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대차라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도 더 똑똑해지길 정의선 회장은 바랐다. 그래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것이 디지털 전환이다. 수많은 조직에 흩어진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모두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하면서 업무 방식을 훨씬 효율화하겠다는 목표였다.

사내 바이브 코딩 교육을 듣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출처: 현대차그룹]

문제는 규제였다. 현대차가 다루는 기술 중 상당수는 자율주행부터 수소, 로봇 분야인 만큼, 기업을 넘어 국가의 핵심 자산이다. 국내 법은 이들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특히 외국기업 등에 매각·이전하거나 열람·사용하도록 할 경우 정부 승인 또는 신고를 거치도록 한다.

현대차는 빅테크의 협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협업 도구로 채택해 사내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외부 인프라에서 저장·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한 형태다.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를 해외 서버에 올리는 행위는 단순 저장이라도 기술 수출에 해당할 여지가 있었다.

현대차만 접근 권한을 가진 통제된 클라우드에 단순히 저장하는 것은 외부 유출이라 보기 어려웠지만, 이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어떤 보안 조치를 갖춰야 수출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지 별도의 기준이 없었다. 그렇다고 보고서 하나를 클라우드에서 이용할 때마다 정부의 승인을 얻거나 신고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현대차의 고민은 지난해 상반기 해결됐다. 산업부가 안내서 한 권을 내면서다. 이름은 '국가 핵심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이용을 위한 보안관리 안내서'였다.

안내서는 기존 법의 적용 기준을 구체화했다. 클라우드 시스템과 백업시스템, 데이터는 물론 이를 관리·운영하는 인력의 물리적 위치를 국내로 한정하거나, 관련 정보에 암호화를 적용하는 등 일정 보안 조치하에서 클라우드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안내서 자체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법상 수출 승인·신고 의무가 발생하는지를 판단하는 사실상의 유권해석이 된 셈이다.

현대차가 지난 12일 AX 성과 발표회에서 정부에 '특별한 감사'를 전한 이유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현대차는 국가 핵심 기술 통제를 받는 회사라 외부 SaaS 솔루션,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하기 굉장히 어려워서 고민이 많았다"면서 "산업부에서 현장의 디지털 전환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줬고, 지난해 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SaaS를 사용할 수 있게끔 기초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자리를 빌어 산업부 관계자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렇게 준비한 디지털 전환이 오늘날 AI 전환의 밑거름이 됐다고도 했다.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 다음으로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AI다. AI는 모델이나 설계에 따라 입력값을 재학습하므로, 핵심 기술을 다룬다면 클라우드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AI 활용을 위한 별도 안내서를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드에서 AI로 기술이 다시 앞서가면서, 이번에도 민관은 규제와 혁신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제도가 모든 변화를 앞서 담기 어려운 만큼, 기술 보호와 산업 혁신을 함께 이루기 위한 현장 중심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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