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현실세계로 확장…가전·모터·센싱 기술이 로봇 경쟁력
"로봇 승자 꼭 완성품 업체 아냐"…LG전자 액추에이터 주목
LG전자·이노텍 '비중확대'…목표가 각각 26만원·64만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가전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부품업체로 평가받아온 LG그룹이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수혜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AI의 무대가 데이터센터에서 로봇과 자동차, 공장, 가정 등 현실세계로 확장하면서 LG가 수십 년간 쌓아온 모터와 센서,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술이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AI 시대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업체들이 큰 수혜를 누렸듯 로봇에서도 액추에이터와 센서 등 핵심 부품업체가 완성품 업체 못지않은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모건스탠리의 'LG 3총사: 다음 성장의 장(LG Trio: Next Growth Chapter)' 보고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LG전자와 LG이노텍에 대한 투자의견을 '동일비중'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LG전자 목표주가는 9만5천원에서 26만원으로, LG이노텍은 26만5천원에서 64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LG디스플레이는 '동일비중'을 유지하면서, 목표가는 1만6천800원에서 1만원으로 내렸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AI가 현실세계로…로봇, LG 핵심 성장축으로
모건스탠리가 지금 LG를 긍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AI의 중심축이 클라우드에서 현실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AI 투자가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에 집중됐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센서와 로봇, 스마트팩토리, 자동차 등 현실에서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는 로봇이 더 이상 LG의 주변 사업이 아니라 핵심 성장축으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로보티즈와 로보스타, 엔젤로보틱스 등 로봇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해왔다.
올해는 로봇과 AI 데이터센터(AIDC) 냉각솔루션, 스마트팩토리, AI홈을 4대 미래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악시움(AXIUM)'의 양산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선언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LG의 자본 배분과 인수·합병(M&A), 조직구조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전 모터가 로봇 관절로…'픽앤드쇼벨' 전략
세 번째 이유는 기존 사업에서 쌓은 기술을 로봇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LG전자의 액추에이터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인코더, 센서, 제어 소프트웨어 등을 결합해 명령을 실제 움직임으로 바꾸는 로봇의 관절이다.
LG전자는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전장 등에서 60년 이상 고효율 모터와 인버터, 모션제어 기술을 축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기술이 로봇 액추에이터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특히 "로봇 산업의 승자가 반드시 로봇 제조사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반도체에서 GPU와 HBM, 첨단 패키징 등 기반 기술을 공급한 업체들이 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듯 로봇에서도 액추에이터와 같은 핵심 부품 공급업체가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다.
산업용 로봇 한 대에는 통상 6개 이상의 정밀 액추에이터가 필요하고 휴머노이드에는 자유도에 따라 30~40개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
LG전자가 자체 로봇뿐 아니라 여러 로봇 제조업체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이른바 '픽앤드쇼벨(picks and shovels: 곡괭이와 삽)' 사업자로 성장할 경우 완성 로봇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시장과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로봇 부품의 의미 있는 실적 기여 시점을 2028~2029년 이후로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액추에이터 매출이 연간 1조~2조원에 달할 경우 LG전자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 LG'로 로봇 생태계…정부 정책도 우호적
네 번째는 LG그룹 계열사들의 기술이 하나의 피지컬 AI 생태계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가 로봇의 몸과 플랫폼을 담당한다면 LG이노텍은 '눈' 역할을 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에서 축적한 카메라 기술을 자동차와 로봇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센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용 비전 센싱 모듈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과 로봇에서 사람과 AI를 연결하는 OLED 인터페이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LG CNS는 로봇과 AI를 제조·물류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피지컬 AI에 필요한 컴퓨팅과 센서, 디스플레이, 전력, 구축 소프트웨어 가운데 LG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직접 사업 기반을 갖췄거나 파트너십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여기에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정책도 우호적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정부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정책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고 휴머노이드 상용화와 한국형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을 추진하는 것이 LG의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직은 '가전주' 밸류에이션…재평가 여지
마지막 이유는 밸류에이션이다.
모건스탠리는 LG전자가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기순환적인 가전·TV 업체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소비 경기 회복에 실적이 크게 좌우됐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AI 스마트팩토리, AIDC 냉각솔루션, 전장 등 구조적 성장 사업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주가에는 로봇과 AI 사업에 대한 높은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지 않아 기존 가전과 B2B 사업이 실적을 지지하는 가운데 신사업이 성공하면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전의 모터가 로봇의 관절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로봇의 눈으로, OLED와 배터리가 각각 인터페이스와 동력원으로 확장되면서 기존에 따로 평가받던 LG의 기술들이 피지컬 AI라는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묶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HBM과 GPU가 그랬듯 로봇 시대에도 완성품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에서 더 큰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모건스탠리가 지금 LG를 다시 보는 이유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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