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착수…조건부 승인·간이심사 가능성
육·해·공·우주 통합 시너지 기대…노조 반발·수은 지분 변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경영 참여 가능성을 가늠할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화그룹의 KAI 합산 지분율이 15%를 넘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한화가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KAI 경영권까지 확보할지에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심사와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리뿐 아니라 KAI 노동조합의 반발도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변수로 떠올랐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15% 넘긴 한화…첫 관문은 공정위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보유한 KAI 지분은 총 15.89%로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한 형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 요건이 충족됐다.
아직 이를 KAI 인수 가능성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화는 현재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단계이고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보유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 역시 항공우주 분야의 방산 경쟁력과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한 경영 참여 목적 외에 M&A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첫 관문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다.
유안타증권은 불승인보다는 조건부 승인이나 간이심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화오션 인수 당시에도 한화시스템의 레이더·무기체계와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사업 간 수직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공정위는 부품 가격과 정보 유출 차별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전제로 승인했다.
이번에도 한화 계열사의 항공엔진·레이더·항전 사업과 KAI의 완제기 체계종합 사업이 결합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경영권 인수가 아닌 2대 주주 지위 확보 단계라는 점에서 간이심사로 빠르게 통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승인할 경우 한화는 KAI 지분율을 1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육·해·공·우주 '한화 벨트'…노조는 반발
증권가가 주목하는 것은 한화와 KAI의 사업 결합 효과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가 KAI를 인수할 경우 FA-50과 KF-21 등 완제기 플랫폼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 한화시스템의 AESA 레이더 등 핵심 부품을 결합해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주사업에서도 한화의 발사체와 통신·SAR 등 탑재체 기술에 KAI의 위성체 제작 역량이 더해질 수 있다.
특히 KAI가 합류하면 한화는 기존 지상과 해양에 공중 플랫폼까지 확보하면서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이는 해외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차·자주포 등 지상무기와 전투기, 함정, 전투지휘체계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제안이 가능해지고 이미 공급된 플랫폼과 C4ISR 간 상호운용성을 활용해 추가 무기체계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국의 절충교역 요구에도 전투기와 지상무기, 현지 생산시설 등을 연계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방산업계 역시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은 함정 사업을 확보하며 육·해를 아우르는 '크로스도메인' 시스템하우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L3해리스와 영국 BAE시스템즈도 M&A를 통해 다영역 통합 역량을 키워왔다.
반면 KAI 내부에서는 한화의 지분 확대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KAI 노조는 한화의 지분율이 15%를 넘어서자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을 촉구했다. 한화가 KAI의 주요 공급업체인 동시에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경영에 참여할 경우 독립적인 구매와 공급망 의사결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업 전략과 수주 계획, 연구개발 방향 등 KAI의 핵심 정보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증권가가 '수직계열화에 따른 시너지'로 평가하는 부분을 노조는 '이해상충과 독립성 훼손 가능성'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30%·50%…경영권 확보까지 남은 문턱
공정위 심사 이후에는 한화가 KAI 지분을 어디까지 늘릴지가 관건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올라가면 유의적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관계기업으로 지분법 적용이 가능하다.
30% 이상이면서 한화 측이 최다출자자가 되면 계열회사 편입 여부와 공정거래법상 규제 적용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50%를 넘으면 상법상 모회사·자회사 관계가 형성돼 KAI에 대한 의결권 지배력을 확보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결국 실제 경영권 인수로 가는 최대 분수령은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의 향방이다.
수출입은행이 현재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화가 단기간에 KAI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공정위 심사 통과 이후 한화의 2대 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 참여와 수은 지분 매각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중장기 M&A 기대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공정위 심사가 장기화되거나 지역사회의 반발 등이 커지는 것은 M&A 동력을 약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화의 KAI 지분 15% 돌파는 따라서 '인수 완료'라기보다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출발점에 가깝다.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와 수직계열화에 따른 이해상충 및 독립성 훼손 우려가 맞서는 가운데 공정위의 판단과 정부의 KAI 민영화 방침, 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리 방향이 향후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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