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7월 31일 미국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례적으로 엔화 매입 규모를 자필로 적어둔 자신의 메모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여파로 한때 40년 만에 최고치인 164엔까지 올랐던 달러-엔 환율은 155엔까지 하락했다. 이후 개입 효과가 약해지면서 159엔 선으로 낙폭을 줄였다.
미 재무부의 엔화 방어 공조 개입은 일본에 대한 조건 없는 호의가 아니다.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폭락을 막으려면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달러 실탄을 마련하려면 미 국채를 시장에 대량 매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미 국채 시장과 증시, 외환시장에 연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대규모 매물 폭탄으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미 정부의 이자 조달 비용이 급증할 뿐 아니라 미 경제도 타격을 입는다.
미 재무부는 그야말로 미 국채의, 미국에 의한, 미 국채를 위한 곳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베선트 장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FIMA 레포(해외 중앙은행 환매조건부채권 매각 장치) 한도 확대를 적극 추진했다는 사실은, 이번 환시 개입이 미 국채 매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핵심 장치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준다. FIMA 레포를 활용하면 일본은행은 미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고 담보로 맡긴 뒤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개입자금으로 쓸 수 있다.
지난 4월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며 보유액은 1조 달러에 달한다. 다음이 영국으로 7천680억 달러, 3위가 중국 본토로 6천570억 달러다. 한국은 1천200억 달러로 15위에 있다. 그 위로는 싱가포르가 2천390억 달러로 10위, 대만이 3천40억 달러로 8위에 있다. 한국이 보유한 절대 규모가 절대 작지 않지만, 미 재무부의 핵심 가치가 미 국채시장의 안정에 있다는 사실에서 비추어 본다면 동맹국 중 상대적 순위는 높지 않다.
물론 우리의 미 국채 보유량을 일본 수준만큼 단기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경제 규모와 가용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현 수준을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검토는 필요해 보인다. 막대한 미 국채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미 국채가 갖는 외교와 금융적 가치를 다시 따져볼 때다. 미 국채의 쓸모를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추진을 위한 논리 구축 등 원화 가치 안정에만 둘 시대가 아니다.
적어도 미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적인 투자자이며 파트너라는 명분을 쌓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대미 통상 협상 시 한국이 미 국채 및 미국 내 자산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금융 우방국임을 강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첨단 산업의 규제 완화 협상에서 명분으로 써먹을 수 있는 외교 지렛대도 될 수 있다. 이런 기반 위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은 단순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더 대우받을 수 있다. 가용 자본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미 국채를 더 확보하고, 이를 대미 외교의 강력한 지렛대로 삼아야 할 때다. (선임 기자)
출처 : 미 재무부
liberte@yna.co.k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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