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주요 전환점마다 자신의 정책적 입장을 바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위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행태가 그의 오락가락 성향 때문이 아니라 시장과 여론의 반발 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일관된 행동 양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시적인 행동 변화라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운용에 포함된 일종의 구조적 특징일 가능성이 있으며, 시장과 여론의 압력에 대한 민감도를 바탕으로 정책의 전환점을 측정하는 일종의 '압력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달러인덱스, 지지율 등을 기반으로 '타코 지수'를 만들어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14일 밝혔다.
타코 지수는 각각의 변수를 Z 점수화(각 데이터가 정규분포상 평균값에서 표준편차만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하고 동일 비율로 합성해 만들었다.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 달러 약세, 지지율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수록 지수가 상승하는 구조인데, 이는 시장과 유권자 모두 트럼프 정부의 정책 운용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정책 수정과 철회를 강요받는 압력이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트럼프 정부가 지수가 정점을 찍은 뒤 정책을 완화하는 타코 현상이 관찰됐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특히 지금까지의 타코 지수 변동을 보면 관세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문제, 중동 전쟁 양상 등 서로 다른 정책 분야에서 지수가 상승한 뒤 정책 대응이 유연해지는 공통적인 패턴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시장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정책일수록 지수 상승이 정책 수정의 전조가 될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연구소는 타코 지수가 크게 변동한 대표적인 사례로 연속적인 관세 인상 국면(2025년 4월~10월)과 연준에 대한 독립성 침해 우려 시기(2026년 1월), 중동 정세 악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 국면(2026년 2월~8월)을 꼽았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해방의 날'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관세 폭격'에 나서면서 경기와 물가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 시장의 동요와 지지율 하락이 겹치면서 작년 4월 말 타코 지수는 0.6으로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중국 등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하고, 실제 같은 해 5월 10~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중 협의를 통해 대중 관세가 크게 인하되면서 타코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6월 말에는 약 0.2까지 하락했다.
이후 7월 초에 연기됐던 상호관세에 대한 새로운 관세율이 발표되면서 타코 지수는 재차 뛰었고 약 0.4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관세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타코 지수는 재차 하락했고 10월 말 우리나라 부산에서 미중 관세 합의가 이뤄지면서 타코 지수는 11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마이너스 구간에서 움직였다.
시장과 유권자 모두 트럼프 정부의 정책 운용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상당 폭 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개입과 관련해선,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에 대한 공격의 강도가 세지고 연준 본부의 개보수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린 것이 밝혀지면서 타코 지수는 올해 1월 마이너스 구간에서 플러스로 전환해 약 0.2까지 올라섰다.
다만, 시장과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이 1월 30일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타코 지수는 하락해 2월 말에는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올해 2월부터는 중동 전쟁이 타코 지수의 변동에 큰 영향을 줬다.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이 시작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 상황이 지속하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시장과 여론이 다시 경기와 물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자 타코 지수는 마이너스 영역에서 약 0.4로 급하게 뛰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4월 초 일시적 휴전 합의에 이르자 다시 하락했으나, 이후 협상이 난항을 겪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자 타코 지수는 다시 뛰어 5월 중순에는 지난해 대중 관세 논란이 격화한 이후 최고 수준인 0.6까지 상승했다.
다만 이후 이란과의 협상 상황에 따라 타코 지수는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다 현재는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연구소는 "타코 지수는 시장과 유권자라는 외부에서 오는 압력을 비추는 거울일 뿐 트럼프 정부 내부의 정치적 역학을 반영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운용에 내재한 강경 자세와 완화의 사이클을 시각화하는 참고 지표는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 제공.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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