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삼성전자서 합류, '깨비AI' 정착·확장 지휘
"AI는 확정적, 디지털 자산은 다가올 미래"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증권업계가 인공지능 전환(AX)·디지털 전환(DX)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데이터 분석과 리스크 관리, 자산 운용 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좌우하는 과제로 떠올랐다.
KB증권도 AI로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초 AI디지털본부를 신설해 전사에 흩어져 있던 AI·디지털전환·데이터 조직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
어느덧 AI디지털본부는 KB증권 AI 디지털 전략의 핵심이자 콘트롤 타워로 자리 잡았다. AI를 개별 서비스 차원이 아닌 전사 차원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격상해 신규 수익원 발굴의 주체가 되고 있다.
AI디지털본부는 KB증권 내 혁신의 중심지답게 '딥테크 DNA'가 몸에 밴 인사들로 가득 차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포티투닷 등에서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에서 활약한 인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KB증권 디지털 혁신을 지휘하는 인물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전자 Gen AI·빅데이터 서비스 부문에서 14년간 근무하며 데이터 기반 인프라와 AI 서비스를 경험한 박재만 AI디지털본부장(상무)이다.
박 상무가 그리는 KB증권 디지털 혁신의 핵심 키워드는 'AI 전환'과 '디지털 자산'이다. 그는 이같은 양대 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AI는 이미 펼쳐진 확정적 미래, 디지털 자산은 점점 다가오는 미래."
사진=KB증권
◇삼성의 두뇌에서 KB증권의 두뇌로
카이스트에서 수리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그는 DX 부문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인사였다. DX 부문 전사에 걸친 빅데이터 플랫폼을 오픈했고, 한국·미국·유럽·중국 등 4개 거점을 중심으로 전 세계 60여 개 법인에 플랫폼을 확대 적용했다.
대용량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생성형 AI 'BDA(Big Data Assistant)'를 오픈해 삼성 계정·마케팅·영업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사내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잇달아 성과를 냈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선 늘 새로운 도전을 갈구했다. AI와 빅데이터를 다뤘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보겠다는 포부가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도전 의식이 꿈틀거리던 시기에 박 상무를 흔든 곳이 바로 KB증권이었다. 2024년 KB증권은 AI를 통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한 시기였고, 박 상무는 디지털 혁신을 현실화할 적임자였다. 지난해 초 그가 KB증권에 합류한 이유였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주된 역할은 AI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었다"면서도 "메타버스가 주목받던 시기에 맡았던 블록체인 프로젝트 경험이 현재 KB증권에서 AI와 STO(토큰증권)를 함께 담당하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열린 조직·실행력·다양성, 차별화 포인트
그는 AI디지털본부의 장점이자 차별화 포인트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열린 토론 문화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이다. 본부장을 포함한 전 구성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직급·연차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박 상무는 "의견이 많으면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오히려 의견을 안 내면 나중에 문제가 불거진다"며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다 얘기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둘째는 내부 개발 역량 확보를 통한 실행력이다. 기존 금융권은 시스템 개발 시 외부 업체 물색, 경쟁입찰, 심사, 계약 등 절차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구조였다.
그는 "아주 단순한 기능 하나 넣는 데도 6개월씩 걸리던 게 내부 개발 역량이 있으면 1~2주면 가능하다"며 "핵심 시스템 자체 개발 역량을 내재화해 기획부터 개발, 배포 사이클을 크게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도메인 다양성에서 오는 시너지도 AI디지털본부만의 특징이다. 금융·전자·IT·자율주행·블록체인 등 서로 다른 업계 출신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단일 도메인에서 나오기 어려운 관점과 해결책이 도출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STO·RWA, 상품군 따라 준비 중
KB증권은 STO 시장 개화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정형증권과 비정형증권을 아우르는 STO를 위해 폭넓게 준비하고 있다. 정형증권 영역에서는 채권·펀드·주식을, 비정형증권 영역에서는 미술품·부동산 등 실물자산 토큰화(RWA)를 포함한 다양한 기초자산을 검토하고 있다.
1호 상품의 구체적 출시 시점은 법제화 일정과 연동돼 있어 현재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법 시행에 맞춰 신속히 대응할 준비는 충분히 갖춰뒀다.
RWA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해외 시장을 적극 활용해, KB증권 해외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유통망 구축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STO는 국내 법제화와 병행해 해외 기관·기업과의 토큰증권 유통망 구축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자산군별로 '메이저 마켓'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채권과 RWA 등 각 특성에 맞는 파트너십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JP모건과 HSBC, 블랙록 등 기관과 이더리움, 캔턴(Canton) 등 블록체인 인프라와 협력을 거론했다.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과 같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인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단순히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인수가 아니라, 기술적 시너지 확보나 투자 차익 실현 등 명확한 기대효과가 검증된 전략 아래에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KB금융그룹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KB국민은행·KB카드와 공동 대응 체계를 준비하며 지주회사의 강점을 살려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깨비AI' 현업서 효율성 입증, 일반 고객 서비스로 확장
AI 측면에선 '슈퍼 에이전트'를 정착하고 이를 확장해 증권업 AGI(범용 인공지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내부 직원용 AI 에이전트인 '깨비 AI'는 올해 5월 사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25개 업무 스킬과 100개 이상의 데이터 저장소를 하나의 에이전트에서 통합 지원하고 있다. 서비스 개시 이후 사내 사용량과 사용자 수가 15배 이상 폭증했다.
그는 "'AX 프론티어'라는 전담 직무를 통해 현업 부서마다 필요한 업무 스킬과 데이터를 병렬로 연동하는 체계가 작동한다"며 "기존에 개별 업무용 에이전트를 개발하던 속도보다 스킬 추가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PC 버전만 제공되던 깨비AI는 모바일 버전도 오픈한다. 조만간 임직원용에서 일반 고객 대상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3분기 오픈을 목표로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 시기는 내부 미확정 상태다.
박 상무는 "IPO 수요예측 지원 업무에서 7~8시간 걸리던 작업이 30분 만에 끝났고, 업무의 70~80%가 없어졌다는 현업 피드백이 나온다"며 "매일 아침 8시에는 깨비AI 사용 현황을 자동 정리해 본부 전체에 리포트로 발송하는 체계도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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