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모면하기 위한 상장사들의 액면병합이 올해 들어 270건 넘게 쏟아졌지만, 신주 상장 후 80% 이상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개선 없는 기계적 주가 부양책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1일부터 개정 상장규정을 적용한 결과,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29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사유별로는 주가 1천 원 미만인 '동전주' 요건에 걸린 종목이 20개, 시가총액 미달(코스피 300억 원·코스닥 200억 원)이 12개였다. E8, 온타이드, 형지글로벌 등 3개 종목은 두 요건에 모두 해당됐다.
개정된 규정에 따라 30거래일 연속 주가나 시총이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내에 45거래일 연속 1천 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시총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퇴출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액면병합을 적극적인 방어 수단으로 활용했다.
정부와 거래소가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한 지난 2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추진된 액면병합은 총 276건(코스피 57건, 코스닥 219건)에 달했다. 2024년 같은 기간 5건, 2025년 12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한 수준이다. 동전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병합 건수는 코스피의 4배에 육박했다.
그러나 액면병합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
한화투자증권이 2월 12일부터 7월 15일까지 이사회 결의 후 신주 상장을 마친 156건을 분석한 결과, 83.3%에 달하는 130건이 신주 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이나 병합은 주식 수만 바뀔 뿐 기업가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명목적 사건"이라며 "올해 상폐 개혁방안 발표 이후 추진된 액면병합은 규제 회피 목적이라는 시장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 성장에 맞춰 주주환원책과 함께 단행된 액면분할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4년까지 S&P500 기업 중 액면분할을 발표한 기업의 이후 12개월 평균 수익률은 25.4%로, 지수 평균 수익률(약 12%)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남양유업이 액면분할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주당 250만 원에 달하던 주식을 50대 1로 분할하면서 대규모 배당 확대를 병행해 주주 저변을 넓혔다. 남양유업 역시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이전된 뒤 2024년 자사주 소각과 함께 1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하며 경영 정상화와 유동성 확대를 꾀했다.
엄 연구원은 "실적이나 사업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액면분할이나 병합을 하더라도 결국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하방이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면병합으로 가까스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한 기업들은 단시일 내에 매출 성장이나 수익성 개선 등 내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장의 더 냉정한 평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촬영 안 철 수] 2026.2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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