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한국 HBM은 과점…TSMC보다 스위스 제약사 구조"
"시장 성장속도는 대만과 닮아…쏠림보다 혁신 여부가 중요"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한국 반도체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반도체 '쏠림'에 따른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 대만에 비해 그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반도체에 쏠린 경제를 주요국 핀란드와 스위스, 대만 사례와 비교해 "한국은 대만과 스위스 사이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핀란드와 스위스, 대만을 대표적인 쏠림 경제 3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핀란드는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 진입 실패로 '붕괴'했고, 스위스는 주력인 제약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된 탓에 '정체'된 사례로 봤다.
마지막 대만은 TSMC의 지속적인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이 '가속'되는 시나리오로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구조는 과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는 첨단 로직 공정으로 독점적 지위를 갖는 대만보다 스위스 제약사들과 구조적으로 더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2026년 1분기, 한국 반도체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까지 치솟았다"며 "대만 반도체 수출 비중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스위스 제약 수출 비중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GDP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만처럼 60%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다만 HBM 시장은 이미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한 스위스와 달리 대만과 동일하게 고성장하는 인공지능(AI) 수요로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의 HBM 시장 구조는 스위스와 닮았는데, 시장의 성장 속도는 대만과 닮은 조합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쏠림 경제에 대한 우려를 두고 정 연구원은 쏠림 그 자체보다는 혁신과 시장지배력이 유지되는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쏠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것은 쏠림의 구조, 즉 시장 지배력이다"며 "과거 한국 메모리는 경쟁적 증설-붕괴 주기를 반복해왔으나, 대만의 파운드리 독점은 붕괴 사이클에서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 메모리는 경쟁적 증설-붕괴 주기를 반복해왔다"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추격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대만형 모델이 될지, 핀란드형 모델이될지는 락인 효과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다각화된 사업 구조도 성장 부문에 대한 집중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대만의 GDP 대비 IT 제조업 비중은 22.1%로 한국(7.3%)의 3배, IT 제조업의 고용 비중은 10.5%로 한국(1.9%)의 5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원은 "한국에는 비IT 기반이 남아있다"며 "대만은 IT수출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나, 한국 ICT 수출은 54%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 200%에 가려져있으나, 非반도체 수출 증가율도 20%까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정부의 재정 확대 여력도 대만에 비해 반도체 쏠림의 부작용을 완충할 만한 요인이다.
정 연구원은 "한국은 소프트파워 확대가 내수에 추가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과거와 달리 민간소비가 원화 약세 구간에서도 버틸 수있는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같이 추가 세수가 걷히는 시기에 미래를 위한 재정 완충장치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부 재정에 보수적인 대만과의 차이로 꼽았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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