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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많지 않다"…美·이란 전쟁, 중간선거까지 가나

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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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사진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해 마련한 양해각서(MOU)의 60일 협상 시한이 종료되면서 양국 갈등이 '협상'에서 '경제적 압박과 버티기'의 장기전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한층 강화할 방침인 가운데,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란이 6월 체결한 휴전 합의에 따라 설정했던 60일 협상 시한이 사실상 폐기됐으며, 전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 의지와 경제적 인내력의 대결"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NYT는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시한을 넘길 것을 사실상 전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갈등의 중심이 군사 충돌에서 경제전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6월 MOU를 통해 전쟁을 끝내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한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합의 이행의 핵심 장애물로 떠올랐다.

합의문에 담긴 조건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및 이란 경제 재건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30일 내 해상봉쇄를 종료하고, 최종 합의 도달 후 이란 인근에서 병력을 철수하며, 최소 3천억달러 규모의 재건·개발 패키지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이란 제재 종료와 이란산 원유 수출 면제 발급, 동결자금 접근 허용도 미국 몫이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를 제거하고 60일간 무료로 선박 통항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재건 자금 지급을 일축하고, 오히려 이란에 배상을 요구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휴전 과정에서 약속한 해외 동결자산 해제 등의 조치를 먼저 이행해야 해협을 다시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이란이 먼저 해상봉쇄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곧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영토라고 선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차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까지 당신들은 중대한 전략적 패배를 겪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것이었고, 이란의 것이며, 앞으로도 이란의 것으로 남을 것"이라고 맞섰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전문가는 "어느 쪽도 합의를 마무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양측 모두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상대방이 합의에 더 절박해져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때문에 우리는 다시 지구력 게임에 갇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군사적 압박 대신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르면 17일 주중 이란에 대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의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14일 배럴당 88달러를 넘어서며 주간 기준 5% 넘게 올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중동 산유량이 개전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시점을 2027년 초로 잡았다.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유가 하락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필립노바의 시장 인사이트 총괄인 프리양카 사치데바는 "미국과 이란 간의 영구적 타결 기대감이 옅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에 돌아옴에 따라, 유가가 8월 초에 보였던 저점에서 거의 완벽하게 반등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팀슨센터의 바버라 슬래빈 석좌연구원은 "미국의 요격미사일 재고가 소진됐고, 전략비축유도 고갈됐으며, 항공모함을 비롯한 핵심 장비가 계획보다 수개월 더 해상에 묶여 있다"며 "군사적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쟁 장기화로 유가와 연료비 부담이 커질 경우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란 측에서는 60일 시한 자체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6월 합의가 사실상 무너진 만큼 새로운 휴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동 에너지 및 정치 전문 에디터인 나데르 이타임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왜 우리는 여전히 8월 17일이라는 날짜에 매달려 있나"라며 "MOU는 몇 주 전에 죽었다"고 진단했다.

이란 내부의 기류는 오히려 강경해지고 있다.

이달 초 모흐센 레자에이 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수장에 기용되는 등 안보 라인이 교체됐다.

테헤란 응용과학대의 모스타파 코쉬체슴 교수는 "이 인사는 이란이 스스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새 협상이 열리면 이란이 가자 전쟁 종식과 예멘 봉쇄 해제, 나아가 이스라엘 비핵화까지 요구 범위를 넓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의 아미르 하타미 총사령관은 미군 병력을 사살하는 개인에게 3만달러에 상당하는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IRNA가 전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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