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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3.25% 누가 찍었나…'표준편차'와 '아웃라이어'

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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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3.25%. 평균에서 비켜난 숫자가 시장의 시선을 붙잡았다.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제시한 점도표 중 대부분의 점이 모여 있는 곳에서 유독 떨어져 찍힌 두 개의 점이 있었다. 시장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6개월 내 75bp 인상이 필요하다는 3.25%, "누가 찍었을까"

무기명으로 제시됐기에 답은 알 수 없었다. 대신 시장은 금통위원들의 발언과 성향을 하나씩 꺼내놓고 숫자의 주인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내 점이 아니다" 선을 긋는 금통위원들이 늘어날수록 3.25%라는 숫자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졌다.

금통위원들은 2월, 5월, 8월, 11월 연 네 차례 각자가 생각하는 6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에 세 개씩 점을 찍는다. 한 금리 수준에 세 점을 모두 찍을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금리 수준에 나눠 찍을 수도 있다.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한 7명의 위원이 경제전망과 각자의 판단을 바탕으로 물가와 금융안정을 고려한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 번의 점도표에 모두 21개의 점이 찍힌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왜 우리는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몇 개의 점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숫자에는 평균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확률과 통계를 배울 때 우리는 표준편차라는 말을 만난다. 평균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교과서에서는 복잡한 수식으로 배웠지만,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직관적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얼마나 제각각 다른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시험에서도 그렇다. 평균 90점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시험이 쉬웠는지 어려웠는지 알기 어렵다. 평균과 함께 표준편차를 봐야 점수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모여 있는지, 아니면 넓게 흩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경제도 다르지 않다. 시장이 말하는 컨센서스는 일종의 평균이다. 금리 전망도, 물가 전망도, 성장률 전망도 수많은 사람의 생각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에 평균은 편안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평균만은 아니다.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숫자, 이른바 '아웃라이어(outlier)'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때가 있다.

정규분포에서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가능성은 작아진다. 소음일 수 있지만, 극단에 놓인 숫자는 때로는 다수의 생각이 아직 포착하지 못한 다른 가능성을 포착하기도 한다. 오늘의 아웃라이어가 내일의 새로운 평균이 되는 경우도 있다.

3.25%라는 숫자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숫자를 실제로 누가 찍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고, 특정 인물을 지목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시장에서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그 주인공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이력과 사고방식을 보면 아주 뜬금없는 추측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신 총재는 오랫동안 국제금융과 거시경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로, 익숙한 정책의 틀 밖에서 질문을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 달러로 세금을 받는 방안을 거론했다는 일화도 있다. 실제 정책으로 옮기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지만, 남들이 원화로만 생각할 때 달러를 떠올리는 발상 자체는 기존의 해법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이 3.25%를 찍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중앙은행이라는 조직에서 '평균에서 벗어난 생각'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이다.

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물가가 다시 더 오를지, 환율이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지, 가계부채가 언제 금융불안 뇌관으로 번질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중앙은행이 다루는 것은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이 겹쳐 있는 미래다.

평균적인 생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수가 놓친 위험을 제기하고, 시장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제를 한 번쯤 의심하는 사람이다. 아웃라이어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3.25%가 실제 미래의 기준금리를 예고하는 숫자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9일 앞으로 다가온 8월 금통위에 의미심장하다. 7월 25bp를 올렸어도 50bp가 남아있다. 경제 펀더멘털도 환율도, 주가도, 부동산도, 채권시장 참여자들에도 이번 금통위는 금리 인상하기에 좋은 기회다. 더 긴 긴축을 위해 속도 조절 차원으로 금리 인상을 한 번 쉬어갈 수도 있지만, 인상에 이렇게 저항이 없었던 시기가 없었던 만큼 실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시장은 다시 21개의 점을 바라볼 것이다. 어디에 점이 가장 많이 모이는지, 지난번보다 분산이 커졌는지, 그리고 평균에서 떨어진 작은 점이 다시 등장하는지를 살필 것이다. 위든, 아래든 그 바깥에 누군가 어떤 생각을 남겨놓았는지를 봐야 한다.

평균은 지금의 생각을 보여주고, 표준편차는 그 생각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아웃라이어는 아직 평균이 되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경제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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