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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야 산다"…'반도체 달러' 매도 물량 언제까지

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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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최근 한 달여 동안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린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매도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으나 워낙 물량이 많고 환전할 명분도 많아 매도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큰 상황이다.

18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 초 1,560원선을 위협한 뒤 꾸준히 하락해 약 한 달 만에 1,410원대로 150원가량 떨어졌다.

하락세의 배경으로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 특히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매도세가 하락 흐름을 강하게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하락 흐름이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른바 '반도체 달러'가 더 나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지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매도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 규모가 막대하며 환전할 필요도 다양하게 존재해서다.

일단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기록적이다.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천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상반기 흑자 규모는 1천910억1천만달러, 약 270조원이다. 지난해 연간 경상흑자 규모가 1천230억5천만달러인데 이미 지난 5월에 이를 넘어섰다.

7월 수출액은 988억9천만달러로 사상 처음 월 1천억달러를 돌파한 6월(1천22억5천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출은 2개월 연속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만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0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에 반도체 부문 매출이 127조원, 영업이익은 89조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의 반도체 매출은 엄청난 규모의 환전 대기 물량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기업이 기본적으로 환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을 우선시한다는 점도 환전 물량 출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환전 유보로 환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제때 환전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란 얘기다.

아울러 꾸준히 환전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과정에서 자금 사용처에 대해 밝혔듯 반도체 공급난 속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확대와 함께 용인, 호남권 등에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기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현재 1기 팹을 건설 중이며 2기 팹과 청주에 세워질 낸드 생산기지 M17에 총 54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두 기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차원에서 발표한 투자 계획은 무려 4천700조원 이상으로 천문학적이다. 장기간 꾸준한 환전 가능성이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8월이 법인세 중간예납 신고 및 납부 기간이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인세 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환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는 실적 개선으로 납입할 법인세가 늘어난 만큼 상당 규모의 환전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주주환원도 환전을 유발한다. 이르면 이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 속에 적게는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듯 주요 반도체 기업의 환전 수요가 크고 다양한 것은 달러 매도 물량 출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상상인증권은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자금 환전이 오는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환전하고 있다"며 "수출업체들의 대량 환전은 상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3대 메가 프로젝트가 향후 중장기 외환 수급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기존에 축적한 외화를 국내로 들여와 환전하거나, 향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유인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투자 집행 단계에 들어설 경우 중장기적으로 달러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내국인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달러 수요를 상쇄하는 새로운 수급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져 최근 들어 반도체 기업발 달러 매도 물량이 다소 주춤한 기류가 흐른다는 평가도 있다.

환율 레벨이 낮아진 만큼 꾸준히 물량을 내놓다가 속도 조절에 나섰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SK하이닉스가 초기처럼 엄청나게 파는 게 아니라 조금 천천히 팔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최근에는 존재감이 줄었다. 예전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마지막 주까지만 해도 확실히 보였지만 그 다음주 후반부터는 애매하다"면서 "달러-원 환율이 1,420원 아래로 내려간 영향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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