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신용손상 여신 평균 두자릿 수 증가
하반기 '자산의 질' 하반기 경영 화두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4대 금융지주의 대출자산이 완만하게 늘어나는 사이 신용손상 여신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금융은 전체 대출채권이 0.6% 늘어나는 동안 신용손상 대출채권은 29.6% 급증했다.
가계대출 관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이 기업금융과 생산적 금융 등 새로운 성장처를 찾아야 하는 만큼 외형 확대와 함께 여신 포트폴리오의 질을 관리하는 능력도 하반기 주요 경영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4대 지주 모두 두 자릿수 증가…대출 증가속도 웃돌아
18일 4대 금융지주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곳 모두 신용손상 단계의 대출채권 또는 관련 금융자산이 지난해 말보다 두 자릿수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증가율이 29.6%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 17.1%, 우리금융 13.7%, KB금융 10.9% 순이었다.
하나금융의 경우 상각후원가측정 대출채권은 지난해 말 436조8천85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39조5천874억원으로 2조7천17억원, 0.6% 증가했다.
반면 이 가운데 '신용이 손상된 대출채권'은 2조9천932억원에서 3조8천785억원으로 8천853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29.6%에 달했다.
전체 대출자산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신용위험이 현실화한 여신은 30%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신용손상 대출채권은 국제회계기준상 차주의 신용이 실제로 손상됐다고 판단한 금융자산이다.
금융회사는 대출 이후 차주의 상환 능력이 나빠질수록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충당금에 반영한다. 이 가운데 연체나 재무상태 악화 등으로 신용에 실제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여신이다.
통상 금융지주 실적 발표에서 강조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현재 부실 수준을 보여준다면, 반기보고서에 담긴 기대신용손실 단계별 여신은 대출 포트폴리오 안에서 신용위험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다 세부적으로 보여준다.
KB금융의 상각후원가측정 대출채권 총장부금액은 지난해 말 497조3천84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510조9천127억원으로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이 손상된 대출채권은 4조5천269억원에서 5조206억원으로 10.9% 늘었다. 전체 대출채권 증가율의 약 네 배에 해당하는 속도다.
우리금융도 상각후원가측정 대출채권 총장부금액이 401조350억원에서 407조1천145억원으로 1.5% 늘어나는 동안 신용손상 대출채권은 2조9천651억원에서 3조3천704억원으로 13.7% 증가했다.
특히 아직 신용손상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해 전체기간 기대신용손실을 인식하는 대출채권도 26조6천19억원에서 30조5천84억원으로 14.7%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아 12개월 기대신용손실을 인식하는 대출채권은 371조2천476억원에서 372조5천671억원으로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이 상각후원가로 측정하는 예치금 및 대출채권을 고객별로 분류한 자료를 보면 신용이 손상된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약 3조8천25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4조4천789억원으로 17.1% 증가했다.
특히 기업 부문의 신용손상 금융자산은 2조914억원에서 2조5천919억원으로 약 23.9% 늘었다. 개인 부문도 1조2천527억원에서 1조3천324억원으로, 카드 부문은 4천817억원에서 5천547억원으로 증가했다.
◇성장축은 기업금융으로…여신 '양보다 질' 중요해져
이 같은 변화는 금융지주들의 향후 성장 전략과 맞물려 주목된다.
금융지주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금융과 비이자이익 등으로 성장축을 넓히고 있다.
정부 역시 부동산에 집중된 금융자금을 기업과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이동시키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금융권에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늘리느냐보다 어떤 차주와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이후 신용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반기보고서에서는 기업 부문의 신용위험 증가 징후도 확인된다.
KB금융의 기업여신 가운데 신용손상 대출채권은 지난해 말 2조8천49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1천379억원으로 늘었다. 가계여신은 1조3천508억원에서 1조4천745억원으로, 신용카드채권은 3천270억원에서 4천82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신한금융 역시 기업 부문의 신용손상 금융자산 증가율이 약 23.9%로 개인보다 가팔랐다.
다만 신용손상 여신 증가 자체를 곧바로 금융지주의 전반적인 자산건전성 악화나 신규 기업금융의 부실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올해 6월 말 수치는 기존에 취급한 여신의 신용위험 변화까지 포함하고 있는 데다 각 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신용위험 판단 기준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4대 금융지주에서 공통적으로 대출자산의 외형 증가보다 신용손상 여신의 증가 속도가 빨랐다는 점은 향후 자산 성장 전략에서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규 여신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신용위험이 높아지는 차주를 조기에 선별하고 관리하지 못할 경우 추가 충당금 적립을 통해 향후 이익과 자본 여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기업금융과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으면서도 자산의 질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히 대출자산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어떤 분야와 차주에 자금을 공급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성장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기존 여신의 신용위험 변화까지 함께 관리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금융지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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