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네덜란드계 ING은행은 미국과 일본 정부의 엔화 시장 개입 효과가 지속되려면 일본의 금리 인상과 국내 투자 확대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달러-엔 환율이 2026년 말 158엔, 2027년 말 152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NG은행의 크리스 터너 외환 전략 총괄은 17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베선트 재무장관의 일본 외환 시장 개입은 성공적일 것이다"라며 "엔화가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하며, 이번 개입이나 2023년 스웨덴·멕시코의 사례처럼 정책 개입은 외환시장 추세 전환을 알리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출처: ING]
◇ 1998년 이후 첫 미·일 엔화 매수 개입…베선트의 승부수
지난 7월 말 실행된 미·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첫 엔화 매수 개입이다.
터너 총괄은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주요 통화에 대한 개입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베선트 장관은 이번 개입에 막대한 정치적 자산을 투입한 만큼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직 헤지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출신인 그는 타이밍이 핵심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개입 배경에는 엔화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확신과 더불어, 일본 정부의 엔화 방어적 정책 선택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ING의 행동평형환율(BEER) 모델에 따르면 현재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20% 저평가된 상태다.
프란체스코 페솔레 외환 전략가는 "미국 달러와 엔화의 상대적 가치를 보면 엔화 가치 하락이 장기 경제 펀더멘털과 일치하지 않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며 "2026년 내내 20% 이상의 과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외환 당국의 강력한 신호 효과
일일 거래량이 4천80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엔 외환시장에서 정부 개입의 효과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터너 총괄은 "달러-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으나, 시장 개입은 환율 변동이 과도하다는 강한 신호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6월 스웨덴 릭스방크의 외환보유액 헤지 방침과 같은 해 9월 멕시코 중앙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정산 발표를 예로 들며, 정책 당국의 단호한 메시지가 환율 변동의 분기점이 되었던 사례를 제시했다.
터너 총괄은 "재무장관은 달러-엔 환율 하락(엔화 강세)이 미국 제조업체들의 일본 및 제3국 시장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개입을 통한 추가 이점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과의 경쟁을 위해 자국 통화를 제 살 깎아 먹기(cut-throat) 식으로 절하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사례와 자본 유출…투자 수익률 매력도가 핵심
보고서는 엔화 강세 유지를 위해 자본의 국내 유입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 논문을 함께 인용했다.
터너 총괄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상대적 국제 투자 수익률의 중요성은 한국은행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도 잘 지적되어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한국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으며 경상수지 흑자 중 투자소득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 투자 수익이 당기순이익 형태로 역외에 재투자되면서 국내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소득의 역외 유보율(재투자율)은 일본이 46%, 한국이 40%, 독일이 28%, 대만이 18%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터너 총괄은 "2023년 한국이 도입한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와 같은 단기 세제 혜택이 일시적으로 재투자 소득을 국내로 유입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내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라며 "이는 일본이 대규모 투자 계획에 집중하는 이유이며, 베선트 역시 이를 지지하며 개입을 통해 정책 효과가 나타날 시간을 벌어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일본 내부의 통화·재정 정책 뒷받침이 관건
보고서는 미·일 당국의 개입이 지속적인 엔화 강세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일본 내부의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너 총괄은 "이번 대형 개입이 성공하려면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며 "그중 하나는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베선트 자신과 도쿄발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BOJ)의 더 빠른 긴축 속도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현재 시장은 오는 9월 BOJ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7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발표한 370조 엔 규모의 신성장 전략과 함께 일본 연금 적립금관리 운용 독립행정법인(GPIF)의 국내 자산 비중 확대 등 구조적 대책의 연계 가능성도 제시됐다.
터너 총괄은 "이러한 정책 변화들은 현재 단계에서는 추정일 뿐이지만, 외환시장의 투기적 배팅으로 명성을 얻은 베선트는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데 배팅하고 있다"며 "당사의 기본 시나리오는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 및 금리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2026년 말 158엔, 2027년 말 152엔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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