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공개 기술수출 13조…빅파마 파이프라인 확보 수요 확대
국내 파이프라인 세계 3위지만 '초기 단계' 집중…임상·상업화 역량 강화 과제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형 기술수출이 잇따르면서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다만 수십조 원 계약 규모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기술수출 계약의 이면과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4꼭지의 기사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형 기술수출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제시한 '기술수출 30조 원'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의 특허 만료와 약가 인하로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도 대규모 정책금융을 앞세워 산업 지원에 나섰다.
다만 기술수출 계약규모 증가만으로 한국이 '강국'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임상과 상업화에 필요한 자본과 경험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기술을 넘기는 구조가 여전해서다.
특히 30조 원이라는 숫자 너머 실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중장기 생태계 마련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업계 참고, AI생성이미지]
◇기술수출 계약 뚜렷한 상승곡선…빅파마 수요·정부 지원 맞물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성사한 기술수출은 총 8건으로, 공개된 규모만 약 12조8천억 원을 넘었다.
아리바이오가 지난 5월 중국 푸싱제약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7조 원 규모의 대규모 글로벌 판권 계약이다. 한미약품, 큐라클·맵틱스, 오스코텍 등도 1조 원대 대형 기술거래를 성사시켰고, 이달에는 알테오젠도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거래가 이어졌다.
기술거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글로벌 인지도 향상뿐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의 구조적인 파이프라인 확보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파마란 막대한 자본과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한 거대 제약회사를 뜻한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약가 인하가 본격화되고 있고 2028년을 기점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따른 빅파마의 매출 공백이 심화될 것"이라며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기술계약이 이어지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 기대치가 높아지자 정부 목표의 조기 달성 가능성도 거론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블록버스터 창출 후보기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30조 원을 달성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에 따라 내년까지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누적 2개 이상 창출하는 것도 목표에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메가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임상 3상 특화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등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7호 펀드와 임상 3상 특화펀드의 운용사를 선정해 누적 9천496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정부 지원이 기술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 규모나 계약금 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약물의 가치다. 임상을 거듭할 수록 가치는 올라간다"면서 "돈이 없으니까 임상을 끌고 갈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임상3상 펀드 등을 통해 임상에 성공하면 기술이전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국가신약개발재단, AI생성이미지]
◇계약규모보다 '질'…파이프라인 초기 단계 편중 과제
다만 정부가 제시한 '30조 원' 목표를 성과 지표로 삼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약 규모를 국내 기업의 선택만으로 결정할 수 없어서다. 글로벌 제약사가 어떤 기술을 얼마에 도입할지는 시장 상황과 경쟁 파이프라인, 임상 데이터 등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수출 계약 규모 자체보다 글로벌 제약사가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얼마나 확보하고, 이를 후기 임상과 상업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글로벌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CITELINE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국내 의약품 파이프라인 수는 3천259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약적인 성장에도 글로벌 빅파마가 실제로 높은 가치를 부여할 만한 '검증된 임상 데이터'를 갖춘 파이프라인은 충분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임상은 초기 단계에 집중된 구조다.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이 지난 4월 발표한 '2025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전체 신약 개발 임상 건수 2천162건 중 '후보물질 발굴 단계'가 39.4%, '비임상'이 35.2%를 차지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개념증명(PoC) 전 기초연구, 초기 연구개발(R&D) 단계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바이오기업들이 데스밸리를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임상 등 초기 단계가 후기 단계보다 자금 소요가 적은 만큼 임상 3상 한 곳을 지원할 정책자금으로 초기 단계 기업 여러 곳의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바이오텍의 대출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 역시 필요한 지원일 것"이라면서 "중국 등 다른 업계에 인력을 뺏기는 경우들도 있어 운영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향도 필요할 듯하다"고 봤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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