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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떠날 수 없다" 이전說에 금융위·금감원 직원들 '집단 패닉'

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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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장관 "행정·공공기관 모두 대상"

"서울 잔류 제로(0)가 대통령의 첫 지시"

금융위, 금감원 발칵…최악 땐 총파업까지 검토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방 이전설(說)을 두고 "금융 현장과 멀어져선 안 된다"며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섰다.

시장 위기와 금융사고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세종 이전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주장이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중앙 부처 이전과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전 대상에는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와 여의도 소재의 금융감독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하게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전 관련 내용은 기관장급 선에서만 공유되는 정도다.

주요 현안을 두고 번번이 각을 세우던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만큼은 한목소리다. 금융사와의 신속한 소통과 정책과 감독 간 공조를 위해선 두 기관 모두 서울에 잔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체념했다지만…사무관급 중심으로 '반발' 여전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 내부에선 세종 이전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금융정책과 감독 집행을 쪼갤 수 없다는 내부 반론이 거셌지만, 이번에는 모든 부처가 대상인 만큼 막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위 한 과장은 "세종에 가기 싫은 마음은 크지만, 격무에 치이다 보니 어느샌가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위에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결집할 노동조합이 없다. 내부 익명게시판마저 이날까지도 토로글 하나 없이 조용한 상황이다.

하지만 젊은 사무관들 중심으로는 여전히 반발이 거세다. 금융위 한 사무관은 "고위직은 대부분 이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사무관급은 다르다"며 "지난해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뿐 아니라 지방 이전 논의 역시 여러 차례 '이전설'에만 그쳤기 때문에 이번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타 부처에서 금융위로 전입해 온 직원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다. 대부분 배우자가 서울에 있어 세종 근무 부처에서 금융위로 옮긴 경우다.

이전 확정 땐 금융위 초유의 '줄퇴사' 사태가 예상된다. 행정고시 출신 금융위 한 사무관은 "이미 이직처를 알아보고 있다"며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을 가졌거나 비고시인 경우, 20대 낮은 연차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퇴사 유인이 커서 상당수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금융위 한 직원은 "최근 결혼했는데 바로 생이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착잡하다"며 "지방 이전 땐 혼자 가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위 한 사무관은 "인사혁신처의 청년유학 제도를 알아보고 있다"며 "육아휴직이나 유학 등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쓰려는 직원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 직원들은 지방 이전 땐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부처를 세종으로 옮겨도 금융회사와 국회 등 주요 업무 상대는 대부분 서울에 남는다. 고위직은 서울에서 주요 대관 일정을 소화하고 실무진들은 보고를 위해 수시로 세종과 서울을 오가야 하는 등 출장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한 직원은 "관가에는 '급수만큼 세종에 있는다'는 말이 있다. 5급이면 일주일 중 닷새를 세종에 있고, 3급이면 사흘만 세종에 있는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세종의 다른 부처 실무 직원들도 보고를 위해서 계속 서울로 올라오더라"며 "이동하느라 진을 다 뺄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의 업무 특성상 일반 정부 부처보다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이 생기거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와 수시로 만나며 적시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태가 대표적 예다. 금융위는 업계 관계자들과 밤낮으로 만난 끝에 지난달 16일 보완방안을 발표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 대책 주문에 '긴급조치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31일부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당국의 첫 보완조치가 시행된 상태다.

금융위 한 사무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태는 시장 변동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 우리가 긴급하게 보완대책 지시를 받은 사안"이라며 "바로바로 업자들을 불러 회의하고 보완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시장이 진정됐고, 확실히 지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번 중동 사태 때처럼 갑자기 증시가 폭락할 경우에는 시장 전문가들을 빨리 모아 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이들이 갑자기 세종으로 올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두 기관이 서로 떨어지는 것도 업무적으로 큰 부담"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세종으로 이전했을 때 무슨 이득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감원 직원들 발칵…최악 땐 다시 '파업'까지 검토

금감원은 전 직원 중심으로 내부 불안이 고조된 상태다. 최근 금융위와 함께 거듭 지방 이전 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오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두고 "서울에 남는 건 제로(0)에 도전하라는 게 대통령의 첫 지시"라고 밝히면서 내부 분위기는 더욱 냉담해졌다. 그는 "공공기관과 행정기관 모두 이전 대상"이라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겠지만 잔류를 최소화하고 제로화한다는 게 핵심 원칙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능한 모든 기관이 다 내려가는 것으로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의 한 팀장은 "젊은 직원은 맞벌이를 해야 하고 주거 지원도 마땅치 않아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를 나가려면 서울행(行)이 필수인데 굳이 적을 세종으로 옮길 명분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업계와의 대면소통이 줄어 감독업무 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또 다른 금감원 한 직원은 "금융회사 실무진을 열 번 만날 것을 세종으로 가면 두세 번 만나는 데 그칠 것"이라며 "비대면 회의는 대면 회의와 비교하면 실효성이 딴판이다. 지방 이전 시에는 업무 방식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지방 이전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첫 대의원 회의를 열고 지방 이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는 이전안 발표 전까지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겠단 방침이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도 정부가 고려한 최대 범위의 이전안에는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전 가능성에 대비해 주말 사이 낸 성명서를 시작으로 탄원서와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단체 집회와 파업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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