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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 두 개의 실험실⑥] 국경 넘는 위안화…'원화의 국제화'에 던지는 질문

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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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품무역 약 30% 위안화 결제…해외 청산망·기업 자금풀 확대

韓도 24시간 역외 원화결제망 추진…해외 수요·유동성 확보 관건

중국 푸젠성 핑탄 대만마을에서 판매되는 대만 관련 상품들.

연합인포맥스

(핑탄=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원화가 해외에서 상용되는 통화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 거래하면서 원화로 가격을 매기고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모습은 아직 낯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대금 가운데 원화 결제 비중은 3.4%, 수입대금은 6.6%에 그쳤다. 우리나라 수출입 대금 대부분이 여전히 달러 등 외화로 결제되는 셈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 우리나라는 '원화의 국제화'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통화의 국제화는 해외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어떤 통화로 대금을 청구·결제하고, 거래 이후에도 해당 통화를 보유할 유인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상품무역을 발판으로 위안화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품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된 비중은 약 30%로 높아졌다. 해외 청산은행을 확대하고 다국적기업이 중국 안팎의 자금을 한꺼번에 관리하도록 제도도 손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24시간 역외원화결제망 구축을 포함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위안화 국제화 사례는 우리 외환시장에도 결제망뿐 아니라 해외 실수요와 유동성, 투자처와 환헤지 수단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챗·알리페이 뒤에는 환전·청산 과정

핑탄이 위치한 푸젠성은 과거 해외 화교들이 민간 통로와 금융·우편기관을 통해 편지와 송금을 함께 보낸 '차오피'(僑批)가 활발했던 지역이다. 송금과 편지가 오가던 자리는 이제 QR코드와 전자상거래 결제망이 대신한다.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일상적인 지급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지급청산협회가 지난 2024년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이용자의 85%가 매일 모바일 결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제시하는 결제 방식의 이용률은 92.7%였으며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의 이용률은 각각 70%를 넘었다.

지난 14일 찾은 중국 푸젠성 핑탄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단지에서는 중국 각지에서 모인 상품이 통관과 선적을 거쳐 대만으로 향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소비자의 온라인 결제는 터치 몇 번이면 완료된다. 그러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실제 거래에서는 서로 다른 통화가 맞물려 움직인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사용하는 통화가 다르면 결제업체와 금융기관이 대금을 환전하고 청산해야 한다.

단지 관계자는 "대만달러와 위안화의 환율 변동이 이곳 전자상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이는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소비자가 체감하는 환율 영향은 작을 수 있지만, 간편결제가 두 통화 사이의 환전 과정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대만 중앙은행이 지난 2021년 공개한 자료의 알리페이 사례에서는 당시 중국 소비자가 대만 현지에서 위안화로 결제한 금액이 달러를 거쳐 대만달러로 환전된 뒤 상인에게 지급됐다.

중국 푸젠성 핑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단지의 직구 수출 현황 모습.

연합인포맥스

◇해외 결제망도 넓힌다…다국적기업 '국경 간 자금 집중운영 제도'

중국은 자국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이 위안화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제·청산 절차를 정비하고 있다. 달러 등 제3국 통화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결제하면 이중 환전에 따르는 절차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중국에서 벌어들인 위안화를 현지 부품·원자재 구매에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 대고객 국경 간 수취·지급에서 위안화가 차지한 비중은 52.9%로 지난해 연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독일 도이체방크에 프랑크푸르트 위안화 청산은행 자격을 부여했다. 유럽에서 비중국계 은행이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유럽 금융기관과 기업이 위안화를 직접 결제·청산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힌 것이다.

오는 9월 14일부터는 위안화와 외화를 아우르는 '다국적기업의 국경 간 자금 집중운영 제도'를 전국에서 시행한다. 계열사 자금을 하나의 자금풀로 모으고 받을 돈과 지급할 돈을 상계해 차액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위안화 사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지만 같은 계좌에서 위안화와 외화를 관리하고 계열사 간 지급·수취액을 상계할 수 있어 국경 간 자금 운용에 드는 절차와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 당국은 이 과정에서 자국 통화를 우선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홈페이지

◇결제망 넘어 '원화 선택할 이유' 만들어야

우리 외환시장은 지난달 6일부터 주 5일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됐다.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야간에도 달러-원 현물환을 거래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에서 발생한 포지션을 곧바로 커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환율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거래다. 외환시장이 24시간 열린다고 원화가 곧바로 해외의 결제·보유 통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원화를 실제로 주고받을 결제망과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해외 금융기관을 '역외원화결제기관'으로 등록해 외국인 고객에게 원화 예금·대출·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국내 대행은행에 원화 통합계좌를 열고 한은 결제망을 통해 최종 정산한다.

외국인이 국내에 직접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원화를 보유하고 조달·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은은 역외원화결제망을 오는 9월 시범 가동한 뒤 내년 정식 운영한다.

결제에 필요한 원화는 우선 민간 금융기관이 공급하고, 부족할 경우 한은이나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보유한 원화를 단기 금융상품에 운용하고 담보 목적의 채권 대차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정비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교역과 공급망을 위안화 수요로 연결했다. 원화 국제화도 결제 통로를 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과 투자자가 원화를 빌리고, 굴리며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달러 대신 원화를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그것이 원화 국제화가 넘어야 할 다음 산이다.

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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