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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전쟁③] 수수료 1억짜리 시장에 증권사가 왜…'토큰 IB' 선점 경쟁

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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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증권사들이 연간 거래수수료 수익 1억원대에 불과한 조각투자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당장 주식처럼 사고파는 거래 중개만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투자은행(IB)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를 내준 KDX와 NXT컨소시엄에는 다수 증권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KDX에는 키움증권과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이 공동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흥국증권과 한국거래소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다.

이밖에도 20여개 증권사와 핀테크 업체가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다.

NXT컨소시엄은 넥스트레이드를 최대주주로 뮤직카우와 신한투자증권 등이 5% 이상 주주로 참여한다. 하나증권과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주주다.

기존 조각투자 시장의 현재 체급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관심이 몰린 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서비스를 개시한 샌드박스 사업자 4곳의 2024년 연간 유통 거래금액은 매수액 기준 약 145억원이었다. 뮤직카우가 84억원, 루센트블록이 33억원, 카사코리아가 21억원, 펀드블록글로벌이 8억원 수준이다.

통상 유통수수료가 거래대금의 0.2~0.8%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사업자가 벌어들인 연간 거래수수료 수익은 약 1억5천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하루 주식 거래대금과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규모다. 금융위 스스로도 이를 '소형 시장'으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증권사가 조각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유통보다 발행에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의 시선은 현재의 거래대금보다 그 이후에 맞춰져 있다.

미술품과 부동산 등에 머물던 비정형 자산의 증권화가 본격화하면 자산 발굴과 구조화, 발행, 유통, 자산관리(WM)를 잇는 새로운 IB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위가 공개한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자의 수익구조를 보면 유통 거래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2% 수준이지만 발행 과정에서는 공모액의 1.3%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후 배당액의 2%, 기초자산을 매각하면 매각차익의 7%를 받는 구조도 있다.

상품 하나를 거래시켜 받는 수수료보다 증권을 만드는 과정과 자산의 생애주기 전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원이 훨씬 넓은 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익숙한 사업이기도 하다.

기업을 발굴해 기업공개(IPO)를 주선하고 회사채나 주가연계증권(ELS)을 구조화하듯 부동산과 음원,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 새로운 기초자산을 발굴해 증권으로 만드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과 금융자산이 IB의 주요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각종 실물·권리자산이 증권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단순 중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초자산을 발굴하고 가치를 평가해 상품을 구조화한 뒤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발행 이후에는 유통시장에서 거래를 중개할 수 있다.

이후 해당 상품을 WM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산 발굴에서 구조화를 거쳐 발행과 판매, 유통, 그리고 자산관리(WM)로 이어지는 새로운 밸류체인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내년 2월 토큰증권 관련 개정 법률 시행은 증권사들이 바라보는 시장의 범위를 더욱 넓혔다.

분산원장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관리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지금까지 경제성이나 기술적인 문제로 증권화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자본시장 안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증권사들이 선점하려는 것은 지금의 '조각투자 시장'이라기보다 향후 커질 수 있는 비정형 자산의 증권화 시장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장외거래소 참여 역시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유통 플랫폼의 초기 주주로 참여하면 시장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품과 투자자, 거래 데이터에 대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향후 시장이 커졌을 때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것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사가 모든 역할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장외거래소의 역할에 대해 이미 발행된 증권의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규정한다.

장외거래소의 경쟁력 역시 특정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잘 고르는 능력보다 안정적인 주문 처리와 거래 체결, 결제 연동, 불공정거래 예방 등 시장 인프라 역량에 있다고 봤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시장이 커지면 자산을 발굴하고 증권을 만드는 발행 영역과 이를 사고파는 유통 영역의 역할 분담이 보다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와 기존 조각투자 업체의 관계도 경쟁보다는 협업에 가까워질 수 있다.

미술품이나 음원, 부동산 등 특정 기초자산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기존 조각투자 사업자가 갖고 있다. 증권사는 증권 구조화와 투자자 모집, 계좌관리, WM 네트워크에서 강점이 있다.

여기에 거래소가 유통을 담당하면 '조각투자업체-증권사-거래소'로 이어지는 분업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컨소시엄 참여자들은 결국 시장의 확장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100억원대에 불과한 거래시장이 그대로라면 증권사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며 "상품 공급이 늘고 투자자와 거래량이 함께 증가해야 발행과 유통을 아우르는 사업 모델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업계가 조각투자에 베팅하는 이유 바로 그 불확실성"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증권사가 주식 매매수수료에서 WM과 IB, 자기자본투자(PI)로 사업영역을 넓혔듯, 자본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던 자산을 새로운 증권으로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먹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노리는 것은 145억원짜리 조각투자 시장의 수수료가 아닌 아직 증권이 되지 않은 자산을 찾아 증권으로 만드는 시장"이라며 "조각투자를 둘러싼 증권사 간 경쟁이 '누가 먼저 새로운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끌고 오느냐'에 달린 이유"라고 강조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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