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안철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각투자 시장이 올해 말 본격적인 제도권 유통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우려도 감지된다.
한국거래소(KRX)의 장내 신종증권시장에 더해 최대 두 곳의 민간 장외거래소가 출범하면 거래 인프라는 단숨에 확대되나, 정작 이를 채울 상품과 투자자 자금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이렇다 보니 시장보다 먼저 거래소가 커지는 '인프라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장내·장외 사업자 간 우량 상품과 유동성 확보 경쟁이 조각투자 시장의 초기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내 KDX와 NXT컨소시엄이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를 받고 본인가를 준비 중이다.
특히 NXT컨소시엄은 올해 4분기 시장 개설을 목표로 법인 설립과 전문인력 확보, 거래시스템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인가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조각투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KRX 장내시장과 최대 두 곳의 민간 장외시장이라는 복수의 거래 채널을 갖게 된다.
문제는 현재의 시장 체급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존 샌드박스 사업자 4곳의 지난 2024년 연간 유통 거래금액은 매수액 기준 약 145억원에 그쳤다. 뮤직카우가 84억원, 루센트블록 33억원, 카사코리아 21억원, 펀드블록글로벌 8억원 수준이었다.
이들이 거둔 거래수수료 수익도 연간 1억5천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기존 시장의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하나의 거래소도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제도권 시장은 단숨에 복수 사업자 체제로 확대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장외거래소 신규 인가를 최대 2곳으로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다.
금융위는 인가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을 위해 사업자를 최대 2곳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인 조각투자 시장의 유동성을 지나치게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여기에 KRX 장내시장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관심은 '거래소가 몇 개냐'에서 '각 거래소가 무엇을 거래하느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결국 첫 번째 경쟁은 상품 확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이미 수천 개의 상장사가 존재하고 거래소가 이를 중개하지만 조각투자는 시장 운영자가 발행 사업자와 함께 거래할 상품 자체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KRX 신종증권시장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품과 발행인 요건이 적용되는 만큼 모든 조각투자 상품이 장내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외시장 사업자들이 상품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XT컨소시엄은 기존 뮤직카우의 음원 관련 상품을 비롯해 다양한 기초자산을 확보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의 거래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추가해 초기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KDX 역시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 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KDX에는 키움증권과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공동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한국거래소와 흥국증권 등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NXT컨소시엄에는 넥스트레이드를 최대주주로 신한투자증권과 뮤직카우, 하나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결국 증권사 입장에서도 단순히 새로운 거래소에 출자하는 것을 넘어 어떤 기초자산을 먼저 확보해 증권으로 만들고 투자자를 끌어오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장내와 장외시장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일정 규모와 표준화 요건을 갖춘 상품은 KRX 장내시장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새로운 형태의 기초자산은 장외시장으로 향하는 구조다.
초기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규모가 커진 상품이 향후 KRX 시장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성장 사다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상품 차별화에 실패하면 세 시장이 비슷한 자산을 놓고 한정된 투자자를 나눠 갖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조각투자의 특성상 유동성 문제는 일반 주식보다 더욱 중요하다.
거래 참여자가 적은 상황에서 매도 주문은 많은데 이를 받아줄 매수자가 없다면 실제 자산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
거래소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언제든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 발견도 과제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실적과 수익성 전망 등을 근거로 수많은 투자자가 매일 가격을 평가하지만, 특정 건물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처럼 거래 빈도가 낮은 기초자산은 적정 가격을 판단할 객관적인 지표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조각투자 유통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거래 시스템 경쟁이 아니라 기초자산 가치평가와 공시, 투자자 신뢰 확보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투자자가 사고 싶은 상품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지, 사고 싶을 때 사고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을 정도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장외거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세 곳이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진다고 조각투자 시장이 세 배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제 조각투자 업계의 경쟁은 플랫폼을 만드는 단계에서 상품과 유동성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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