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세 번째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작년 9월 7일이 첫 대책이었고 올해 1월 29일이 두 번째, 그리고 지난 13일이 세 번째다.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대책을 우려했던 시장은 첫 대책을 지켜본 뒤 집값 급등으로 반응했다. 1·29 대책은 존재감조차 없었고 6개월여 뒤에 세 번째 대책이 나왔다.
시장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부터 들어보자. 대책의 첫머리에서 정부는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불문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매매, 전월세 가격이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무주택 서민의 6월 전월세 가격이 연 8~9%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2년 이후 3년간 착공 급감으로 입주물량 감소가 본격화하고 수급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10년 평균 아파트 준공 물량이 18만3천호인데 2023년 20만4천호, 2024년 17만3천호, 2025년 15만2천호 등으로 이를 하회하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면 부족분은 2024년 1만호, 2025년 3만호 정도인데 2023년에 2만호가 더 공급됐으니 2만호 정도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과연 그러한가.
[출처: 국토교통부]
[출처: 국토교통부]
국내 주택수요 추정치는 장기주거종합계획(구 장기주택종합계획)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된다. 제3차 장기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인구, 소득, 멸실요인을 모두 고려한 수도권의 신규주택수요는 평균치 기준으로 2023년 27만8천호, 2024년 27만6천호, 2025년 26만7천호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3년 7만호, 2024년 10만호, 2025년 11만호 정도의 주택이 부족하다. 모두 합쳐 28만호 정도 된다. 올해 준공예정 물량이 10만5천호인데 추정수요가 25만9천호이니 15만호를 더하면 43만호가량 주택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만호와 43만호, 이 차이가 국민이 원하는 정책과 공무원이 만드는 정책의 차이를 가져온다. 준공 물량에 일반주택을 포함해도 37만여호 정도로 큰 차이는 없다.
[출처: 국토연구원]
이렇게 공급부족이 누적된 상태에서는 거주 형태를 바꾸는 정책을 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40만호 정도면 서울 내 자치구 한 곳, 혹은 수도권 도시 한 곳이 통째로 주택 부족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주택자의 잉여매물 처분,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유도 등으로 거주 변화가 일어날 경우 무주택 임차인은 평소보다 훨씬 큰 부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거주 선호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임대물건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곧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대단지 입주와 달리 1주택자의 이동은 정보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선호지역의 전월세 상승은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비선호지역의 공실은 조용히 묻혀 간다.
같은 측면에서 정비사업 활성화도 그렇다.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와 철거가 시작됐다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해서 공급에 걸리는 시차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주대상자들이 살고 있다면 공급해소 시기까지 사업 진행을 늦춰야 한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멸실로 가수요가 붙어버리면 주택시장에 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임차료를 건설사의 신용 등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전월세 상승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그렇게 올라간 전월세 가격은 입주 시점에서 시세로 돌아와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공적 보증까지 지원해주겠다고 팔을 걷고 나서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면 공급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사라진 공급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보자. 주택공급은 유형에 따라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체에 따라 공공과 민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정부는 8·13 대책 자료에서 아파트와 공공 주택 공급은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문제는 민간이 공급하는 비아파트 주택에서 발생했다. 서울에 땅이 없다는 것은 아파트 공급자의 관점에서 그렇다. 비아파트 주택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규모 단지가 아니라 거주 편의성이 높은 소규모 주택을 여러 곳에 공급하는 것도 대단지 아파트 못지않은 공급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비아파트 주택의 공급사슬이 깨진 것은 전세사기 여파로 공급자 금융의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 전세 임차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신축매입약정 등 신용 공급으로 이를 되살리려 하지만 매입가격 산정 등에 있어 갈등적 요소가 있어 전폭적인 확산이 어렵다. 새로운 공급자 금융이 필요한 이유다.
비아파트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는 지역 밀착 중소 건설사가 다수다. 이는 곧 주거난 해소가 지역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일거양득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땅을 찾아내는 것은 민간에게 맡기고 이들이 뛸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 보자. 의외로 답은 쉽게 풀릴 수 있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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