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국고 초장기물 가치가 역사상 가장 값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최종 투자자(엔드)인 보험사의 매수 여력을 줄어드는 부정적 되먹임 고리(negative feedback loop)가 시작된 것일까.
18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초장기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사의 저가 매수 매커니즘은 다소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초장기 채권의 평가손실에 따라 킥스(K-ICS·지급여력) 비율이 악화할 수 있어 일부 보험사의 매수 여력이 제한되고 더 나아가 매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국고 초장기물 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매수세는 유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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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거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데는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이 규제 비율 준수에 성실히 대비해왔다는 점이 깔려있다.
지난 수년간 보험사들은 IFRS17(국제회계기준)과 킥스 도입에 대비해 초장기채를 쓸어 담았다. 자산·부채 종합관리(ALM·Asset-Liability Management)상 부채 듀레이션이 길다면 자산 듀레이션도 비슷하게 길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령 보험사들이 30년 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면(부채) 국고 30년물을 매수해(자산) 금리 민감도를 맞추는 것이다. 대부분 보험사들의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 대비 길었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덮어두고 매수 일변도를 보였다.
그런데 그 결과 일부 보험사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금리 상승이 발생하면 자산이 더 많이 깎여 순자산이 줄어들고 킥스 비율도 하락하게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ALM이 중요해지다보니 보험사들이 장기채 매입을 엄청 많이 했다"면서 "이로 인해 부채 듀레이션보다 오히려 자산 듀레이션이 더 길어진 회사들이 있는데 이 경우 금리가 올라가면 킥스 비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경우 자산을 매각해 손실을 메꾸는 등 차원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완전히 맞춘다고 해도 금리 급등 시 금리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계산할 때 시장금리를 따르는 것은 23년 정도까지이고 그 위 구간은 시장금리가 아닌 장기평균 및 모형을 이용해 할인율을 계산한다는 점에서다.
국고 30년 금리가 100bp 오르는 경우, 자산 가격은 그대로 떨어지지만 부채 가격은 같은 폭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서로 완벽히 헤지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자산의 추가 매수는 금리 위험을 더욱 가중할 수 있어 보험사는 매수에 신중하게 된다.
해지 환급금 증가 변수도 무시할 수는 없다.
금리가 상승하면 과거 금리가 낮았던 때 가입했던 저축성보험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한꺼번에 계약을 해지한다면 킥스는 '대량해지위험'으로 반영해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아울러 보험사는 해지환급금 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을 매도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2022년 당시 신용경색에 따른 고금리 경쟁 심화로 보험사의 환급금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결국 외부요인이 바뀌지 않는 한 수급적 측면에서 국고 30년물의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당국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당국으로서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다수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이미 초장기 발행 비중을 줄이고 교환 및 바이백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국고 30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 강한 방법은 초장기 발행량을 추가로 줄이는 것이지만 무한정 줄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초장기물 발행을 소폭 줄이는 것만으로는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만 확인해줄 뿐인 것 같다"면서 "베팅 측면의 숏 물량도 시장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이 부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줘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jhkim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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