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첸, 1천661만위안 가치 데이터 등록…은행 신용한도 확보
국유 보증사 참여한 초기 모델…韓도 가치평가 확대·신뢰성은 과제
연합인포맥스
(핑탄=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공장이나 부동산이 부족한 첨단 중소기업에 무엇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까.
중국 푸젠성 핑탄은 기업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등록하고 은행 신용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 후 실제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진입하려면 연구개발(R&D) 이후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장·부동산 등 담보가 부족한 첨단기업은 기술력을 갖추고도 은행에서 사업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정부의 R&D 지원만으로 기업의 성장이 완성되지 않는 이유다.
지난 14일 방문한 정보기술 기업 '루이첸 지능과학기술'(RUIQIAN·이하 루이첸)은 자체 데이터 자산을 바탕으로 핑탄농상은행에서 최대 200만위안의 신용한도를 확보했다. 기업이 제출한 데이터를 행정기관이 등록하고, 국유 융자보증사와 현지 은행이 이를 금융지원으로 연결한 사례다.
중국 첨단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R&D 지원뿐 아니라 산업단지 조성과 세제 혜택, 보증·대출을 연결하는 정책적 지원망이 있다. 루이첸의 사례를 통해 유형자산이 부족한 기술기업까지 지원 대상을 확장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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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입주부터 데이터금융까지 연결
루이첸이 입주한 핑탄 신흥산업 혁신시범단지는 차세대 정보기술과 바이오·헬스케어, 신에너지 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됐다.
현장 안내판에는 20여개 입주기업 가운데 루이첸을 포함한 11곳이 인공지능(AI)과 집적회로, 5세대 이동통신(5G) 등 차세대 정보기술 기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루이첸은 단지 내 5개 국가급 고신기술기업 가운데 하나로도 소개됐다.
루이첸은 AI 소프트웨어 개발과 시스템 통합, 정보기술(IT) 운영·유지보수를 기반으로 스마트홈과 지능형 단말기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시관에는 얼굴인식 도어록과 조명·전동커튼, 냉난방·방범 설비 등을 통합 제어하는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주방의 가스 누출과 누수, 연기를 감지하고 서재에서는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카메라와 신분증 판독기, 지문인식기 등을 갖춘 민원용 단말기도 눈에 띄었다.
회사가 금융지원에 활용한 것은 '설비 감지 알고리즘 동적 광환경 데이터 세트'였다.
핑탄종합실험구 행정심사비준국은 지난 2024년 7월 해당 데이터 19만건에 대해 '데이터 자원 등록증'과 '데이터 자산 등록증'을 발급했다. 핑탄이 민간기업의 비공공 데이터를 자산으로 등록한 첫 사례다.
회사가 신고한 데이터 가치는 약 1천661만위안이었다. 등록 과정에서는 데이터 현황과 품질, 적법성·규정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같은 해 10월 핑탄농상은행은 이 데이터 자산에 질권(담보)을 설정하고 루이첸에 최대 200만위안의 신용한도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는 핑탄종합실험구 투자촉진그룹과 국유 융자보증사인 신핑융자보증도 참여했다. 행정기관의 데이터 등록을 시작으로 국유기관의 신용보강과 은행 대출을 연결해 기술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만든 것이다.
다만, 실제 인출액과 금리·만기 등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데이터만으로 신용이 제공됐다기보다 정책기관과 금융회사가 위험을 나눠 부담한 초기 데이터금융 모델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과 설비가 부족한 기업이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은행 자금을 끌어당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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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도 가치평가 확대…평가에서 금융지원까지
중국 재정부는 지난 2024년부터 '기업 데이터 자원 관련 회계처리 잠정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기업회계준칙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한 데이터를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 등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회계처리 기준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등록증을 받았다고 모든 데이터가 자동으로 회계상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기업의 통제 아래 있고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으며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치평가의 객관성과 개인정보·권리관계, 채무불이행 때 데이터를 처분할 수 있는 회수시장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루이첸 사례에 국유 보증사가 참여한 것도 데이터 자체의 담보가치만으로 금융회사의 위험을 모두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산업법에 따라 지난 2023년부터 데이터 가치평가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4년 가치평가를 받은 기업 가운데 29곳이 평가 결과를 활용해 총 81억원 규모의 보증·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데이터를 보유한 중소기업과 초기 중견기업에 가치평가 비용의 50%, 기업당 최대 1천500만원을 지원한다.
다만 가치평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과 평가받은 데이터가 실제 은행 대출이나 투자로 연결되는 것은 별개 과정이다.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금융회사가 회수 가능성을 판단할 거래 이력을 축적하는 한편 보증·대출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데이터가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루이첸 사례 하나만으로 중국의 데이터금융이 한국보다 앞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도 데이터 가치 산정과 권리관계, 부실 발생 시 회수 방법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핑탄의 '실험'은 첨단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R&D 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평가해 사업화 자금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지원사업의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보증·대출·투자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금융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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