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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루센트블록 살려내라"…다시 숙제 떠안은 금융위

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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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규제합리화위 박용진 "루센트블록에 다시 기회" 강조

민병덕 의원도 힘 실어…루센트블록 다시 수면 위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루센트블록에 재도전 기회를 주자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가권을 쥔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루센트블록이 예비인가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하겠다"고 적었다.

◇심사 끝났는데…여권서 "루센트블록에 패자부활전"

박 부위원장은 이번 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추가 예비인가 등 재도전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2일 박 부위원장은 대전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규제혁신 소통' 간담회에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로부터 조각투자 예비인가 관련 애로사항을 들었는데, 후속 조치로 금융위와의 논의 자리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부위원장은 한성숙 국무총리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적었다.

한 총리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당시 루센트블록의 예비인가 탈락을 두고 현행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루센트블록을 거론하자 그는 "우리나라는 규제 샌드박스가 끝나면 다음 사업을 어떻게 할지 '다시' 심사하고 인가를 주는 방식인데, 그러다 보니 수년간 샌드박스를 잘 수행했어도 그것을 '졸업'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애초 정의가 안 된 부분이 있다"며 "(금융당국의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할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라는 운동장을 열어 혁신기업에게 마음껏 뛰어보라고 했다"며 "그 안에서 수년간 실증하고 시장을 만들고,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라면 적어도 제도화 이후의 본 게임에서도 다시 한 번 경쟁해볼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뛰게 해놓고 본게임 시작되고선 벤치에 앉히는 게 규제 혁신의 결론이어선 안 된다"며 "실험과 혁신, 도전과 재기가 가능한 게 이재명 정부의 혁신성장 창업지원 정신"이라고 적었다.

1월 간담회에서 금융위 예비인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결국 금융위가 쥐고 있다"며 "(루센트블록의) 예비인가 추가 신청을 포함해, 시장을 개척해 온 기업에 공정한 재도전의 문을 열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금융위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패자부활전'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위에 '루센트블록이 추가 예비인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먼저 예비인가를 받은 NXT컨소시엄과 KDX의 본인가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되 추가 신청을 받자는 입장이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자 한 곳을 더 선정한다고 해서 시장 운영에 무리를 주진 않는다"며 "민 의원이 당정 협의 등에서 금융위원장과 만날 때마다 이 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했고, 앞으로도 개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루센트블록 사례가 스타트업의 제도권 도전을 막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금융 유관기관 한 관계자도 "엄격한 심사 기준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려면 유니콘으로 성장할 만한 기업을 당국이 정책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며 "루센트블록에 인가를 내주자는 건 아니지만, 산업 육성 차원에선 부족한 요건을 보완해 다시 경쟁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감 앞두고 난감한 금융위…추가 인가 추진할까

다만 금융당국으로선 난처한 요구다. 추가 예비인가 기회를 터주면 이미 끝낸 심사의 결과를 사실상 뒤집어야 해서다.

금융위는 지난 2월 루센트블록의 탈락을 확정한 최종 예비인가 결정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19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심사 절차를 비롯해 금감원의 자문기구인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점수 총점과 산정 배경, 루센트블록의 탈락 사유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심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초 외평위의 심사 결과는 평가 자율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비공개에 부쳐진다. 금융위가 이런 원칙을 깨고 외평위 결과를 상세하게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금융위는 당시 스타트업에 한해 세 가지 혜택을 줬다.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하는 것, 샌드박스 사업자에 가점 최대 50점을 부여하는 것, 신설 컨소시엄이 아닌 기존 스타트업의 단독 신청에도 컨소시엄 가점을 인정하는 것 등이다.

그럼에도 루센트블록은 1천점 만점에 653점을 받았다.

NXT컨소시엄(넥스트레이드)은 750점, KDX(한국거래소)는 725점이었다. 루센트블록과의 격차는 각각 97점과 72점이다.

외평위는 루센트블록의 자기자본이 다른 회사 대비 현저히 낮고 출자금과 비상자금 조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당시 자료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사업을 먼저 수행했던 업체라고 해서 인가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샌드박스 제도를 규율하는 금융혁신법에서도 '금융사 인가는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 법규상 동일한 인가요건·절차에 따라 결정되도록' 규정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특히 "유통시장은 인프라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그렇다고 금융위가 정치권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부담스럽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 부위원장과 여당 정무위원이 잇달아 '재도전 기회'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한 청년 스타트업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판에 또다시 맞닥뜨릴 수 있다.

금융위가 추가 인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았던 건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자료에서 장외거래소 인가체계 정비,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 추이를 봐가며 경쟁과 혁신지원을 위해 향후 추가 인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도전 기회를 주려면 금융위는 추가 예비인가 공고부터 내야 한다.

루센트블록만 따로 신청받을 수는 없어 다른 사업자에도 문을 열고 외평위 심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다만 루센트블록의 재도전만을 위한 추가 인가는 명분이 약하다. 금융위가 열어둔 '추가 인가 가능성'은 인가체계 정비와 조각투자 수요 증가 등을 전제로 한다.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를 늘리면, 투자자와 유동성의 분산을 막겠다며 두 곳으로 제한했던 기존의 당국 판단과 충돌할 수 있다.

심사 기준을 그대로 둘 경우 루센트블록이 이를 재충족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사업계획과 이해상충 방지체계는 보완할 수 있지만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외부 투자를 추가로 받아야 해서다. 반대로 기준을 낮추면 기존 기준에 맞춰 예비인가를 따냈던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사안에 관여했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모집을 하려면 왜 사업자를 더 받게 됐는지 설명할 충분한 논리가 필요하다"며 "금융위가 당초 제시했던 기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 플랫폼에서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이 조각투자 시장 전체를 믿기 어려워진다"며 "기존 평가를 뒤집어 기회를 줬다가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당시 금융위 결정 과정에서 차관(부위원장) 지시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사안을 하나하나 다시 따진' 뒤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기존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추가 인가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의 추가 예비인가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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