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진 제공]
중간선거 앞두고 금리 오르자 관리 들어간 듯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미국 재무부가 19일(현지시간) 파격적인 바이백 확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오른 장기 국채 금리를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재무부는 이날 잔존 만기 '10~20년'과 '20~30년' 두 구간에서 회당 바이백 규모를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2배 이상 늘린다고 발표했다. 바이백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국채를 만기가 되기 전에 다시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 '살 이유가 없다'…30년물 금리 2007년 이후 최고
최근 미 국채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전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기물의 약세였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이번 주 장중 5.33%를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7월 소매 판매는 부진했고, 같은 달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장기물의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우선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이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들어 7월까지 누적 재정적자는 1조7천99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적자(1조7천750억달러)를 넘겼다. 재무부는 올해 3분기(7~9월)에만 국채 등으로 민간에서 7천390억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업의 채권 발행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등 AI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올해 들어 2천억달러가 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정부와 빅테크가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채권시장에서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은 지난주에만 5.95% 급등했다. 이번 주에도 3% 가까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금리 급등은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회사채 등 민간의 차입비용을 끌어올려 주택과 기업투자를 압박한다. 이날 나온 뱅크레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년물 모기지 평균 금리는 6.69%로 지난 2025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장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벤치마크 주식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와 주택, 주식시장 압박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 엔 개입에 이어 바이백…장기 금리 관리 본격화
이런 분위기 속 재무부가 최근 들어 미 국채 금리를 신경 쓴다는 조짐은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말 일본 정부와 단행한 달러-엔 시장 공동 개입이다.
재무부는 당시 유로-엔 시장에서 유로를 매도하면서 엔 강세를 도왔다. 이는 일본 정부가 미 국채를 팔아 개입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재무부는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장기 국채 수요를 보강하는 카드를 꺼냈다.
재무부는 장기 국채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바이백 규모를 전격 확대했다. 불과 2주 전 이번 분기의 바이백 일정과 규모를 제시했던 만큼 예상 밖 조치였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해 국채 시장에서 이상 조짐이 발생할 경우 바이백을 "대규모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로 거론하긴 했다.
재무부의 이번 발표 후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10bp 안팎 급락했다. 10년물 금리도 6bp 넘게 빠졌다.
원포인트 BFG의 피터 부크바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미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틱시스노스아메리카의 존 브릭스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여기서 핵심은 타이밍"이라며 "내 생각에 이는 우연이 아니기 때문에 더 중요한 부분은 이번 조치가 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채권금리가 지나치게 치솟을 경우 재무부가 이에 맞서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재무부의 '통점'이 대략 어디쯤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CIBC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제러미 스트레치는 "이번 조치는 미 재무부가 채권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에 가해지는 압력을 제한하기 위해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DZ방크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르네 알브레히트 애널리스트는 "재무부는 장기금리가 5%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갈 때 발생하는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이자 비용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이자 비용까지 높이기 때문이다. 중간선거까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알브레히트 애널리스트는 "시장 반응을 보면 장기물 금리가 급락했다. 따라서 그것이 이번 조치의 주된 목표 또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최근 금리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재무부가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를 꺼내 들어야 했던 것"이라고 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jwchoi@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