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김윤덕·오세훈 회동…용산공원 포함 공급방안 논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서울 한복판 300만㎡ 규모의 용산공원이 이재명 정부 주택정책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에 신규 택지가 사실상 고갈된 상황에서 정부는 국·공유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에게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인 반면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에서 '용산공원'이 논란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용산지역의 택지 전환과 주택 공급량 확대를 놓고 양측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은 20일 오전 마주 앉는다.
두 사람은 용산공원 활용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확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공급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8·13 공급대책 집어삼킨 용산공원
당초 용산공원은 지난 13일 발표된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에 이름조차 없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이튿날 "용산공원 전체를 공급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용산공원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여야와 서울시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순식간에 정치권 전체로 번졌다.
이처럼 정부가 뒤늦게 '용산공원'과 '청년주택'을 함께 꺼낸 배경에는 서울의 택지 부족과 청년 주거난, 집권 2년 차 공급 성과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정치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서로 다른 공급 철학까지 맞물리면서 용산공원은 공원 하나의 개발 여부를 넘어 공공 공급과 민간 공급이 맞붙는 상징적인 전장이 된 셈이다.
사실 용산공원은 이 대통령에게 새로운 카드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용산공원 일부와 주변 반환부지를 활용해 청년기본주택을 공급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좋은 입지에 공공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한다는 당시 '기본주택' 구상의 연장선이다.
4년 전 아이디어가 다시 살아난 직접적인 계기는 결국 서울의 '땅 부족'이다.
정부는 6·27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을 잇달아 내놓은 뒤 8·13 대책을 통해 공급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겼다.
2026~2030년 수도권 135만호 착공 목표의 이행력을 높이고 신규택지 10만호를 포함해 23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리던 공공택지 사업기간도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택지를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린벨트를 풀면 환경 훼손 논란이 뒤따르고, 재건축·재개발은 조합 설립과 인허가, 이주 등의 절차 탓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기 쉬운 국·공유지로 시선이 향했고, 서울 중심부에 자리 잡은 용산공원이 다시 부상했다.
용산이라는 입지도 강력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국유지가 있고 용산역과 신용산역 등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맞닿아 있어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여기에 '청년주택'이라는 명분이 붙었다.
용산공원을 일반 아파트 개발 대상으로 삼으면 2007년 특별법 제정 이후 이어진 국가공원 조성 약속을 깨고 녹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공급 대상을 청년과 신혼부부 등으로 좁히면 논쟁의 축이 달라진다.
'미래세대에게 공원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에 '미래세대가 서울에서 살 집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맞설 수 있어서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배 의원도 전일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이 40.1%, 2인 가구까지 합치면 67%에 달한다며 재건축·재개발 중심 공급만으로는 변화한 가구 구조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0~15년이 걸리는 정비사업과 별도로 1·2인 가구를 위한 공공주택을 빠르게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 李·吳 공급론의 대결…공공택지 vs 재건축·재개발
하지만 이 지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급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재까지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방식은 크게 국·공유지 활용, 공공 주도, 청년·신혼부부 중심, 공급가격 관리로 요약된다. 공공이 통제할 수 있는 땅을 확보해 필요한 계층에 비교적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 동시에 시장 가격까지 자극하지 않겠다는 접근이다.
반면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완화, 규제 완화, 민간 공급 확대를 해법으로 내세운다. 이미 개발된 도심의 밀도를 높여 민간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공급론의 차이는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 시장이 용적률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임대주택 비율 등의 완화를 요구하자 이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급 확대에는 동의하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다시 주택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오 시장은 반대로 용산공원 개발을 막으면서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공급안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용산공원은 공공이 직접 땅을 확보해 가격과 공급 대상을 통제할 것인지, 민간의 사업성을 높여 도심 공급을 끌어낼 것인지?를 둘러싼 두 공급 철학의 시험장이 된 셈이다.
문제는 용산공원이 정부가 내세운 '속도전'과 오히려 가장 거리가 먼 땅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있어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장기간 군사기지로 사용된 탓에 토양오염 정화도 선행돼야 하고,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 부지도 남아 있다.
용산구는 캠프킴의 경우 토양 정화에만 약 5년이 걸렸고 유엔사 부지는 첫 오염 신고 이후 정화 과정이 17년에 걸쳤다는 점을 들어 신속 공급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도 논란이 확산하자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김 장관은 전일 국회에서 용산공원 전체 녹지를 밀어 주택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 등 녹지 기능을 상실한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청년주택 공급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역시 용산공원을 '금싸라기 땅'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공원과 청년주택이 공존하는 방안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용산공원특별법 개정과 여론전으로 논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결국 용산공원 논쟁은 공원에 아파트 몇 동을 지을지의 문제가 아니다"며 "서울에 더 이상 손쉬운 택지가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의 땅을 어디까지 동원할 것인지, 청년 주거라는 공익이 20년 가까이 유지된 국가공원이라는 또 다른 공익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는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이 오 시장에게 더 큰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용산공원을 지키겠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재건축과 재개발 중심의 민간 공급만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공급량과 속도를 실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지자체장의 권한 만으로 이를 방어하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용산공원이 정치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은 공공과 민간 중 누가 서울에 집을 더 빠르고 싸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테스트베드"라고 덧붙였다.
(세종·서울=연합뉴스) 김주성 이동해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지난 1년 간의 국토부의 주요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6.8.14 [촬영 김주성 이동해] utzza@yna.co.kr eastse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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