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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끝 아냐'…빅테크 1.9조달러 구매약정, 삼전닉스 LTA 뒷받침하나

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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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CAPEX보다 큰 미래 지출 약정·데이터센터 투자 수년치 선반영

삼성 메모리 캐파 60~70% 장기계약 추진·선수금 일부 계약부채로 가시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를 위해 향후 수년간 집행할 구매약정을 대규모로 쌓아두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집행되는 설비투자(CAPEX)보다 훨씬 큰 규모의 미래 지출이 이미 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AI 투자 사이클이 단기간에 끝나기보다 중장기 메모리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라클,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스페이스X 등 9개 기술기업이 대차대조표 밖에서 부담하고 있는 계약상 지출 약정은 약 3조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와 기술 인프라, 재고, 전력 등에 대한 구매약정 등이 약 1조9천억달러, 아직 개시되지 않은 임차계약이 약 1조2천억달러다. 이는 이들 기업이 최근 1년간 집행한 CAPEX 약 6천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특히 상당수 구매약정은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도받지 않아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현재 CAPEX만으로 AI 투자 규모를 판단할 경우 향후 실제 집행될 수요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알파벳의 구매약정과 기타 계약상 의무는 3월 말 3천324억달러에서 6월 말 8천110억달러로 한 분기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었다.

이 같은 미래 투자계획은 메모리 업체에는 장기 주문의 기반이 된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공급 부족을 우려한 고객들이 실제 데이터센터 가동 이전부터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수년 단위로 확보하면서 LTA가 빠르게 확대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 계약부채 8.5조 급증…LTA 선수금 유입 영향 추정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 5곳과 다년 공급계약을 이미 체결했으며 AI 관련 추가 대형 고객 5곳과도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과 낸드 모두 고객사들의 추가 공급 요청과 시장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거의 모든 고객이 다년 공급계약을 요청하고 있어 현재 캐파로는 모든 요청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중장기 생산계획상 D램과 낸드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 물량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계약기간은 5년을 기본으로 하며 매년 협상을 통해 기간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계약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한 상당 규모의 선수금도 받는다. 삼성전자는 전체 약정 선수금 가운데 약 4분의 1을 이미 수취했다고 밝혔다. 범용 메모리에는 가격 하락 시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한 하한가격도 적용한다.

이러한 LTA 확대는 일부 재무제표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계약부채는 3월 말 15조852억원에서 6월 말 23조5천922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8조5천억원가량 급증했다. 회사는 계약부채에 선수금 등이 포함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증가분에는 메모리 LTA와 관련한 선수금 유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에서 복수의 글로벌 고객과 메모리반도체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수주총액 등 구체적인 거래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계약부채 23조6천억원 중에 LTA 관련 선수금이 얼마를 차지하는지는 알 수 없다. 계약부채는 선수금과 미지급비용, 기타유동부채 등에 포함돼 있다.

[촬영 홍기원 서대연]

◇ SK하이닉스, 통상 5년 수준 계약 확대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 10여곳과 LTA 논의를 마무리하며 통상 5년 수준의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재무제표상 계약부채는 지난해 말 4천742억원에서 6월 말 5천235억원으로 10.4% 늘었고, 선수금은 593억원에서 496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LTA 관련 선수금이 반드시 계약부채 등으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선수금이나 예치금의 성격, 제품대금과의 연계 방식 등 계약 조건에 따라 회계상 반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도 재무제표상 계약부채나 선수금은 LTA 관련 선수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WSJ가 집계한 1조9천억달러의 구매약정이 모두 반도체 투자이거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계 대상에도 하이퍼스케일러 외에 브로드컴 등이 포함돼 있고 구매 대상 역시 전력과 각종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아우른다.

그럼에도 현재 장부에 나타난 AI 투자보다 향후 집행하기로 약정한 투자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은 메모리 수요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빅테크의 미래 투자계획이 장기 구매약정으로 쌓이고, 그 일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년치 메모리 주문으로 선반영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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