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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4%대가 막아선 '7천피'…코스피 리레이팅 셈법 바뀐다

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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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락에 사이드카 발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코스피의 '7천피' 안착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졌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역사적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국내외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다.

기업이 버는 돈은 늘고 있지만 그 이익에 시장이 얼마의 가격을 붙여줄 수 있는지는 오히려 까다로워졌다.

전일 증시는 이 같은 '이익과 금리의 줄다리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내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SK하이닉스는 장중 10% 가까이 밀렸고 삼성전자도 7% 안팎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두 종목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지수의 금리 민감도 역시 커졌다.

불씨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옮겨붙었다.

지난 18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물도 4.7%대를 나타냈다.

일본 10년물 금리 역시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재정건전성 문제가 장기물 매도를 부추겼다.

뉴욕증시에서는 금리 충격에 기술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 급락했고 마이크론은 7%, 엔비디아는 2.3%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도 1.33% 하락했다.

이 충격이 다음 날 서울시장까지 이어진 셈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장기금리 부담은 이미 뚜렷해졌다.

지난 18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하루 새 9.5bp 오른 4.395%로 4.4%선에 바짝 다가섰고, 3년물도 8.5bp 상승한 3.854%를 기록했다.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강해지면서 주식시장이 적용하는 할인율까지 높이는 변수가 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직결된다.

통상 무위험수익률이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도 높아진다.

같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투자자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 즉 적정 PER은 낮아지는 구조다.

최근까지 국내 증시 상승의 한 축이 '리레이팅'이었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은 더욱 민감한 변수다.

코스피는 기업 이익 증가에 더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를 바탕으로 7천선을 넘나들었다.

지난 14일에도 장중 7천선을 회복하는 등 이달 중순까지 저평가 해소 기대가 이어졌다.

다만 현재 코스피가 절대적으로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5.3배에 불과했다.

이 회사가 제시한 8월 코스피 예상범위 5,500~7,500은 선행 PER 4.6~6.3배 수준이다. 역사적으로도 극단적인 저평가 영역이라는 진단이다.

PER 5.3배를 단순 역산한 이익수익률은 약 18.9%다.

이를 고려하면 국고채 10년물이 4%대로 올라왔다고 해서 당장 채권이 주식의 가격 매력을 압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현재 PER보다 앞으로 허용될 PER의 상단이다.

코스피가 7천선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업 이익이 늘거나 시장이 같은 이익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전자가 주당순이익(EPS) 증가라면 후자가 멀티플 확장, 즉 리레이팅이다.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두 번째 경로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도 이달 증시의 핵심 변수로 금리를 지목하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면 높은 할인율을 이겨낼 실적과 수익성이 중요하기에 반도체와 의류·화장품·은행 등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양호한 업종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리 상승의 충격도 업종마다 다르다.

바이오와 인터넷 등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주가에 많이 당겨 반영한 성장주는 할인율 상승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반면 반도체는 성장주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 EPS 전망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금리가 멀티플을 낮추는 속도보다 이익이 EPS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빠르냐가 관건이다.

전일 이른바 '삼전닉스'의 급락도 이 같은 고민을 시장에 다시 던졌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에 금리 상승 부담이 더해지자 높은 이익 성장 기대만으로 주가를 방어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장 마감 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으며 주가 부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에는 금리 상승이 일률적인 악재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고배당주는 국채와의 수익률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4%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면 비슷한 수준의 배당수익률만으로 주식의 가격 변동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하기는 과거보다 어려워진다.

결국 '7천피' 이후 증시의 핵심은 PER과 EPS의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낮아져 시장이 더 높은 PER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기업 이익이 충분히 증가한다면 코스피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장기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저평가 정상화만을 근거로 한 지수 상승에는 한계가 생기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난달 7천피를 탈환하고 이달 들어 고점을 높여가는 것은 이익의 성장과 할인율 정상화에 대한 기대"라며 "이제 시장은 두 변수 가운데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를 따져야 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여전히 싸지만 국채금리가 4%대로 올라온 시장에서는 싸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가격표를 받기는 어려워졌다"며 "7천피 이후 리레이팅 조건이 까다로워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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