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발행 계획 2주만에 바이백 수정…2024년 정례화 후 첫 기습 발표
'장기금리 상한선 그었다' 평가에 무게…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우려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을 전격 확대한 데 대해 사실상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이 도입됐다거나 재무부가 주도하는 양적완화(QE)가 시작됐다는 둥 시장의 뒷말이 무성하다.
미 국채 장기금리가 30년물을 중심으로 위협적으로 레벨을 높이던 상황에 나온 조치여서 장기금리에 상한선을 그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에 무게가 쏠리면서 나온 반응들이다.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간)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실시 중인 바이백과 관련해 잔존만기 '10~20년'과 '20~30년' 구간은 회당 규모를 종전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최소 2배'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변경은 내달 9일부터 발효되며, 다음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이 발표되는 오는 11월 4일까지가 기한이다.
재무부는 지난 5일 이번 분기(8~10월) 국채 발행 계획을 내놓을 당시 전체 바이백 규모를 유지한 바 있다. 불과 2주 만에 전격 수정이 강해진 셈이다.
2024년 5월 바이백이 정례화 뒤로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벗어나 바이백 규모가 수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미 국채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재무부는 국채 수급과 관련된 사항은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중요한 관행으로 삼아왔다.
자료 출처: 미 재무부.
이를 잘 알고 있는 시장 참가자들은 일제히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월가 베테랑인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패닉에 빠지기 시작하면 채권 트레이더들은 패닉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해왔다"고 상기시킨 뒤 "스콧 베선트가 패닉에 빠지기 시작하면 채권 트레이더들은 패닉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어야 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비앙코 대표는 최근 미 국채 장기금리의 상승을 멈추려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경각심을 드러내면서 통화정책을 긴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한데 자신이 '액션'을 주문한 연준이 아니라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등장하면서 장기금리가 급락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마켓데스크 출신인 조지프 웡은 바이백 확대에 대해 "정부는 원하는 만큼 수익률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1940년대에 수익률곡선 통제 정책을 시행해 장기 수익률 상한선을 2.5%로 설정했던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채)수익률은 정치적 행위자들에 의해 설정돼 경제 체제에 투입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YCC는 2차대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어났던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연준이 실시했던 정책이다. 연준이 재무부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기 전의 일이다.
YCC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를 고려할 때 언젠가는 YCC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지난해 1월 17일 송고된 '[트럼프 2.0] 급증하는 이자부담…어른거리는 '연준 YCC'' 기사 참고)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바이백 확대 발표 직후 장기금리의 하락은 "즉각적 반응을 넘어서서, 이런 움직임은 절대적 수치로나 순(net)발행량 대비로나 모두 작은 바이백 자체보다는 보다 광범위한 YCC 도입 가능성에 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조치 이후 '장기채 발행 축소→단기채 발행 확대' 결정이 뒤를 이으면서 결국 'Not-QE' 모양새가 갖춰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Not-QE'는 공식적인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효과는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에 시장이 붙여온 별칭이다.
만약 재무부가 재정증권(T-bill, 만기 1년 이하 국채)에 대한 의존도를 더 키우면서 장기채 발행을 줄인다면, 연준의 도움 속에 QE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지난 6일 송고된 '[IYCMI] 연준 RMP, 결국 QE 역할 하나…장기채 발행 축소 노리는 베선트' 기사 참고)
다만 이 경우에는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에 동원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가 어렵다. 이른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이슈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의 다니엘라 가보르 경제학 교수는 "이런 정책을 QE,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 YCC 등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면서 "중앙은행 독립성의 종말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sjkim@yna.co.kr
김성진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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