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으면서 은행들이 조단위로 들쑥날쑥해지는 위험가중치(RW) 산정을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도 RW 증가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고가주택'의 금액 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해 향후 주주환원 여력에 미칠 영향까지 분석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부서는 고액·고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고가주택·고LTV(담보인정비율) 주담대에 기존보다 높은 RW를 적용해 자본비율에 끼칠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위험까지 넣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데 정작 고위험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곧 은행연합회와 금융당국 중심으로 실무단 회의가 잡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고가주택과 고위험 유형 주담대에 평균 RW의 2~4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주담대를 3건 이상 보유한 차주나 LTV 60% 초과 대출에 평균의 약 2배 수준의 RW가 매겨지고 있다.
은행들은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대상 잔액이 조 단위로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고가주택의 법정 기준부터 제각각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를 예정이고, 대출 규제에서는 15억원과 25억원이 고가주택 기준선으로 쓰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나마 고가주택 기준을 50억원, 40억원, 30억원 등등으로 나눠 자본비율에 끼칠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RW 상향이 신규 취급분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도 은행들에겐 부담이다.
올해 1월 조기 시행된 은행권 주담대 RW 최저한도 상향(15%→20%)은 신규 대출에만 적용되는 조치였다.
반면, 이번에 신설되는 고위험 주담대 RW는 기존 대출 잔액에도 부과될 예정이다. 과거 대출 규제가 완화됐을 때 LTV 60~70%로 실행된 강남 3구·용산권 주담대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당국이 LTV를 기점으로 RW를 2~4배로 차등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은행들은 LTV 구간별 대출잔액부터 다시 파악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반기보고서에 주거용부동산 담보대출의 LTV 현황을 공시했는데, 두 은행의 LTV 80% 초과 대출만 해도 1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가계부문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 제도까지 내년 1월 도입될 예정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웃돌면 은행별 주담대 비중에 따라 최대 1%의 자본을 추가로 쌓는 제도다.
은행권은 주주환원에 끼칠 영향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2분기 말 때만 해도 1,550원대를 보였지만, 현재는 1,380원대까지 내려오며 외화 RWA가 줄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0원 내릴 때 주요 지주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bp가량 개선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말 주주환원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만들어준 운신의 폭이 고위험 주담대 RW 상향으로 상쇄되면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계획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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