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SK하이닉스가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결정을 두고,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난달 단행한 대규모 유상증자 물량을 되사는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자본 확대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장기 주주환원의 실행력을 담보하려면 자회사 솔리다임 중복상장 등 거버넌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잉여현금흐름(FCF) 산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0일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공시와 관련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난 7월 초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납입된 금액과 유사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시설자금 조달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를 이유로 보통주 신주를 기초로 한 대규모 ADR(1천779만주)을 발행해 당시 환율 기준 약 40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당시 유입된 자본과 맞먹는 40조43억원(2천407만주)을 들여 장내에서 주식을 다시 사들여 소각하는 셈이다.
다만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 수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 회장은 "주가가 200만원을 웃돌던 7월 초보다 현재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금액은 비슷해도 이번 소각 예정 주식 수(2천407만주)가 ADR 발행 당시 신주 발행 규모(1천779만주)보다는 많다"고 설명했다.
고점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 주가가 낮아진 시점에 주식을 더 많이 사들여 소각하면서 추가적인 주식 수 감축 효과는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사회 거버넌스와 중장기 환원 로드맵의 신뢰성에 의문도 남아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 누적 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시했으나, 현금흐름 산출 방식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SK하이닉스 이사회의 행보를 볼 때 독립성과 전문성이 취약한 상태"라며 "향후 3년간 누적 FCF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시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상장 추진 논란과 맞물려 있다.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경우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기존 지배구조에 더해 유례없는 '5단 중복상장'이 발생해 하이닉스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회장은 "회사는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반영된 최소 5년간의 현금흐름 추정을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공시해야 한다"며 "환원의 잣대가 되는 FCF의 회계적 정의 역시 시장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일회성 자사주 매입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과 정교한 자본 재배치 계획이 시장에 공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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