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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의 마켓산책] 레버리지의 늪

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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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주주환원, 코스피 반등 시도하나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있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어 자기주식 취득·소각 안건을 의결하고 주주환원 계획을 공시했다. 2026.8.20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증시가 변동성 확대의 몸살을 겪으면서 각종 규제를 모색하는 동안 증시의 국경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누가 증시를 흔들 수 있는가.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수급 밖에 있는 자금 흐름에도 주목했다.

우리나라 안에서 2배 레버리지를 어떻게 막느냐를 두고 고심하는 사이에 한국 증시를 향한 역외 레버리지 투자 규모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점점 증가세를 보였다.

한 운용사 대표는 국내 레버리지 상품을 규제하더라도 해외에서 코스피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이전과 달리 커졌다며 언제든 해외 거래에 의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알고리즘 거래와 자동 청산이 결합된 시장에서는 사람이 대응할 틈도 없이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증시를 중심으로 한 자금 흐름의 경로는 점점 광범위해졌다.

국내 거래소를 벗어난 자금은 해외 거래소를 거쳐 블록체인 네트워크까지 이동하는 양상이다.

타이거리서치가 최근 약 12만개 지갑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약 700조원의 자금이 국내 거래소를 떠났다.

지난 2025년에만 약 168조 원이 유출됐으며, 2026년에는 약 7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렇게 나간 자금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예측시장에 참여하며, 스테이블 코인은 크립토 카드를 통해 실제 결제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국내투자자로 식별된 자금은 주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라이터(Lighter) 등 탈중앙화 거래소로 입금됐다.

특히 지난 7월 한달 동안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한 국내 투자자들의 명목 거래대금은 7조4천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레버리지 거래 특성상 더 크게 집계될 수 있다.

다만, 암호화폐뿐 아니라 주식과 같은 전통자산에서도 기존 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거래하려는 수요가 커진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거래는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으며, 무기한 선물 등으로 10배 이상의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다.

가장 거래가 활발했던 상품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상품이었고, 삼성전자, 원유 등에 투자하는 상품도 다수였다.

국내 증시 정규 시간대가 아니어도, 규제의 울타리 밖에서 충분히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방식의 레버리지 투자 자금 흐름을 단순히 국내 투자자의 자금 이탈 문제로 국한해서 봐서는 안된다.

국내에서 레버리지가 막히면 해외에서 한다는 투자자들이 문제라고 판단한다면 대응은 또 규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로 막는 식의 대응은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우려가 크다.

타이거 리서치는 국내에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 수요를 국내 사업자가 새로운 상품과 시장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구조의 문제라고 봤다.

개인 투자자의 현물 거래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한국 시장과 달리 글로벌 거래소들이 현물에 더해 무기한 선물 등으로 거래 영역을 넓히면서 구조적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는 새로운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주식 무기한 선물과 토큰화 주식 등 전통자산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증시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변동성 우려가 해결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남아있는 셈이다.

향후 해외 투자자의 레버리지 베팅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28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 거래에서 SK하이닉스 1주가 하한가에 체결되자 이 가격이 트레이드엑스와이지(Trade.xyz)의 무기한 선물 상품에 반영됐고, 이로 인해 파생상품 거래소인 하이퍼리퀴드에서 SK하이닉스 무기한 선물이 약 800억원대 연쇄 강제 청산으로 이어진 점은 특히 눈여겨볼 사례다.

코스피를 둘러싼 레버리지 투자가 우리 증시 테두리 밖에서 집중된다면 또 다른 변동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국의 레버리지 규제는 국경이 있는 반면 레버리지 투자는 국경 없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 충격이 가해져 레버리지 투자심리가 훼손되는 시점이다.

레버리지는 쌓일 때보다 무너질 때가 더 무섭다.

공든 탑처럼 쌓아올린 레버리지의 고리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때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우리 시장은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실감한 바 있다.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가 꺾이고, 마진콜과 반대매매가 촉발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기업 펀더멘털이 좋다 해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국내 증시 투자에 대한 신뢰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코스피 투자 비중이 크지 않은데 너무 변동성이 크면 불확실성이 큰 자산이라고 보고, 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기는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온다.

그러나 그 씨앗은 과도한 레버리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불어난 레버리지 투자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증권부장)

syjung@yna.co.kr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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