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문제에 잠정 합의한 날 이재명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공개로 만났다.
미국의 한국 반도체 기업 투자 요구와 솔리다임 상장 가능성까지 동시에 부각된 시점이어서, 이번 회동이 산적한 반도체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청와대와 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일 최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했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회동 내용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이후 약 3주 만이다. 앞서 지난 6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도 두 사람은 비공개로 만난 바 있다.
이날 만찬에서는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과 노사 현안이 주요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최 회장이 회동하기 2시간 전,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 6.3% 인상과 성과급 60%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사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전체 발행주식의 3.3%에 해당하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불어 앞으로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이익이 급증하면서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주주에게는 환원을 확대하고, 근로자에게는 실적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동시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성과급 합의는 정부가 강조해 온 '성장의 과실 배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회동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것은 국내외 현안 밖에 놓인 변수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솔리다임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산하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솔리다임이 프리IPO를 거쳐 나스닥에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두고 기업가치와 성장자금 확보 측면의 실익을 평가하는 시각과 함께, SK하이닉스 기존 주주가 누릴 경제적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복상장에 강한 문제의식을 보여온 만큼,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정책 원칙과 산업적 필요성이 충돌할 수 있다.
솔리다임은 미국 현지 기업인 데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등에서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대규모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상장사인 SK하이닉스 아래 핵심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는 구조에 대해 국내 주주들이 얼마나 납득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반도체 투자 요구도 또 다른 변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공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 규모의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미국 측의 추가 투자 요구 가능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한국의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반도체 분야를 요구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산업통상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이번 방미에서 러트닉 장관과 반도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의 반도체 투자 요구는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산업계의 전언이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는 용인과 호남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 생산시설까지 대폭 확대할 경우 투자 재원의 배분은 물론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기존 미국 투자나 현지 사업 확장 등을 활용해 대미투자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도 주목한다.
솔리다임의 향후 자금조달과 사업 확대 역시 이런 맥락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연쇄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한미 통상·투자 협상에서도 산업 경쟁력을 지켜야 하는 만큼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의 소통이 빈번해 질 수밖에 없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직접 듣는 것을 좋아하시니 회동이 낯선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