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4개월째 주식 순매도…단기외채/준비자산 46.5%
최근 순매수일은 11%→54%…원화 대기자금 재투자 여부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자금이 원화로 대기하면서 한국의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4개월 연속 순매도한 가운데 최근에는 순매수일이 빠르게 늘고 있어 쌓인 원화 자금이 국내 증시에 재투자될지, 달러로 환전돼 빠져나갈지가 향후 외환시장에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외인 넉 달째 주식 판다…최근엔 순매수일 증가
21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5월 44조4천600억원, 6월 48조4천200억원, 7월 9조8천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8월 들어서도 20일까지 1조20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월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다만 매매 방향에는 변화 조짐도 나타난다.
지난 5월 18거래일 가운데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은 2일로 11.1%에 불과했으나 6월에는 21거래일 중 4일(19.0%), 7월에는 22거래일 중 10일(45.5%)로 늘었다.
이달 들어선 20일까지 13거래일 중 7일, 53.8%가 순매수일이었다. 월간 누적으로는 여전히 순매도지만 순매수일이 순매도일보다 많아진 것은 넉 달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외국인의 주식 리밸런싱이 상반기보다 잦아들고 재투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전일 2분기 말 단기외채가 1천985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50억달러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3.3%에서 46.5%로 3.1%포인트 상승했다. 2011년 2분기 50.8%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당 비율은 단기외채에 대응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 등 외화 완충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외건전성 지표다. 비율이 높아질수록 대외 충격이나 급격한 자금 유출 시 외화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단기외채 급증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와 연결했다.
한은은 "상반기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최근에는 리밸런싱이 잠잠해지고 재투자도 다시 되고 있다"며 향후 주가와 국제금융시장 여건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상윤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전일 백브리핑에서 "과거 문제가 됐던 차입 증가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많이 팔고 전부 환전해 나가지 않은 채 일부를 원화예수금으로 남겨놓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식 매도와 관련한 부분을 제외하면 단기외채 비율 자체는 전분기 말과 큰 차이가 없다"며 "헤드라인 지표는 상승했지만 자세히 뜯어봤을 때 유동성 문제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기자금' 어디로 가나…재투자냐 환전이냐
관건은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의 향방이다.
이 자금이 다시 국내 주식이나 다른 원화자산에 투자된다면 한은이 설명한 대로 최근 단기외채비율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할 경우 통계상 원화예수금과 단기외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수 수요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외채비율 하락이 반드시 외환시장 수급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한은도 순대외금융자산이나 단기외채 같은 하나의 지표만으로 대외건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은 전분기보다 6천895억달러 급감한 640억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외금융자산 자체도 2천17억달러 늘어난 3조843억달러로 사상 처음 3조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대외금융부채가 8천912억달러 증가한 것은 실제 자금 유입보다는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효과가 대부분이었다. 거래요인은 오히려 235억달러 감소한 반면 주가와 환율 등에 따른 비거래요인은 9천147억달러 증가했다.
◇IMF도 외화유동성은 "충분"…대외포지션은 과도한 흑자 지적
IMF 역시 한국의 외화유동성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MF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6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xternal Sector Report·ESR)'는 2025년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약 2.4배에 달하고 광범위한 대외충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충분한 외화유동성 완충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도 같은 평가를 인용해 현재 단기외채 수준을 감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IMF가 바라본 한국의 더 큰 문제는 외화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다.
IMF는 "2025년 한국의 대외포지션이 중기 펀더멘털과 바람직한 정책이 시사하는 수준보다 강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6.6%까지 확대된 가운데 글로벌 AI 투자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흑자 확대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IMF의 올해 ESR은 2025년 데이터를 토대로 30개 주요국의 대외포지션을 평가한다.
결국 한은과 IMF의 평가는 서로 배치된다기보다 다른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단기외채와 순대외금융자산의 급격한 변화가 실제 대외차입 증가로 이어졌는지를 보는 반면 IMF는 경상수지와 저축·투자의 균형을 토대로 한국의 대외포지션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지를 평가하고 있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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