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양광, 이차전지, 전기차, 디스플레이, 가전, 철강, 석유화학. 이들은 우리나라가 과거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중국에 따라 잡혔거나 이미 역전당한 것으로 평가받는 산업들의 목록이다.
이 목록에 최근 메모리 반도체가 추가됐다.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HBM에 생산 능력을 투입한 틈을 타 범용 D램 시장에서 글로벌 4위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척추인 반도체 산업에서마저 거센 추격에 나섰다.
익히 알려진 중국의 산업 전략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처음 사업에 착수하면 정부는 손실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양산 단계에까지 도달시킨다. 양산을 시작하면 기업은 거대한 중국의 내수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이때 정부가 강력한 보호를 제공해 아직 실력이 없는 자국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마침내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첫 진출 당시에는 고부가가 아니더라도 가성비 있는 제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나중에는 R&D를 바탕으로 기술력에서까지 경쟁사를 앞선다.
이 전략에 당한 우리 기업이 한둘이 아닐 정도로 중국은 이미 충분히 무서운 도전자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전략이 하나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외곽에서 CXMT의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2026.8.10 bscha@yna.co.kr
바로 원자재 확보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자체 공급망의 완성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식각용 고순도 불산은 우리나라가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이지만 그 원료인 무수불산(물 분자가 없는 불화수소 기체)의 97%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대중 의존도가 90%가 넘는 텅스텐은 중국이 작년 2월부터 수출 허가제를 적용 중이다.
이차전지 업계를 보면 글로벌 정제 리튬 시장의 약 70~80%, 삼원계 전구체 생산 능력의 약 70~80%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으며, 전구체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의 약 30~40%, 코발트 약 70~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섞은 화합물로 양극재의 중간 소재이자 선행물질이다.
우리나라 업체가 생산한 육불화텅스텐(WF6)인데 원료가 중국산이고,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양극재인 줄 알았더니 전구체는 중국에서 구입한 식이다.
산 넘어 산이다. 중국산 원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중국의 통제에 약점을 잡힐 뿐만 아니라 미국에 팔기도 어려워진다.
Visitors look at a flying vehicle developed by Chinese automaker XPENG on display at the 3rd China International Supply Chain Expo at the Chin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in Beijing, Thursday, July 17, 2025. (AP Photo/Andy Wong)
미국의 비금지외국기관(Non-PFE) 규제에 따르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및 분리막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중국산 원료 사용 가능 비율은 2026년 40%에서 2030년 15%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는 중국 업체보다 우위를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고, 조달망은 탈(脫)중국을 완성해야 하는 양난(兩難)에 처한 것이다.
최근 자체적인 니켈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조2천억원의 유상증자 신청을 냈다가 당국으로부터 한 차례 정정 요구를 받은 에코프로비엠은 수정한 증권신고서에 다음과 같이 썼다. 산업 현장의 절절한 위기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국내 양극재 업체는 최종 제품을 비중국 시장에 판매하더라도, 원재료 조달 단계에서는 중국 및 중국계 기업에 대한 의존이 불가피한 이중 구조에 놓여 있다…중국 업체와의 경쟁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공급망 구조 차원의 경쟁 양상이다." (산업부 한종화 차장)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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