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기술거래 비중 40% 넘어서
국내 업계 과제는 '검증된 자산' 확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가진 기술과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 직접 설명부터 해야 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빅파마와 투자자들이 먼저 협력할 한국 기업을 찾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사이 글로벌 기술거래 시장에서는 중국이 '강자'로 급부상했다. 중국이 거대 내수시장과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단계를 넘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을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을 대거 성사시키고 있어서다.
[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 본부장은 2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성과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이젠 글로벌 빅파마와 투자자들이 먼저 '한국에서 어떤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기업의 잇따른 기술수출 성과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증명하는 수치가 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계 기업들이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이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기술거래 시장에서 중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협력과 기술수출을 연이어 성사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키움증권이 지난 4월 올해 1분기 기술거래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 거래 건수에서 아시아가 37%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은 선급금의 53%를 휩쓸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바이오의 플랫폼 경쟁력은 인정받고 있으나 중국 대비 자산(Asset)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장기 과제로 부각했다"고 바라봤다.
파이프라인 규모만 놓고 보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은 파이프라인 규모와 함께 개별 자산의 가치에서 판가름 나는 만큼 연구개발, 임상, 상업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이 본부장은 바라봤다.
기술이전 성사를 위해서는 검증된 자산을 만드는 일과 함께 글로벌 진출과 교류가 필수적이라고도 그는 설명했다. 한 번의 기술 설명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수차례 교류하며 신뢰를 쌓는다면 그 기반이 기술수출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래는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글로벌본부의 역할과 주요 사업을 소개해달라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하는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30조 원 규모인 반면 글로벌 시장은 1조7천억 달러 규모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우리 기업들에게 글로벌 진출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다. 글로벌 본부는 수출 지원을 넘어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한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공동기회를 발굴하는 한편, 해외 규제 대응 지원을 위해 수출규제 사무국도 운영하고 있다.
---외교관 출신으로 보스턴 부총영사 등을 거쳐 2022년 제약바이오협회에 합류한 것으로 안다. 당시와 비교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나.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다. 2019년 보스턴에 부임했을 당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4~5개 정도였고, 대부분 1~2명 규모의 연락사무소에 가까웠다. 지금은 40여 개 이상의 기업이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성과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도 좋은 기술이 있다'고 설명해야 했다면 이젠 글로벌 빅파마와 투자자들이 먼저 '한국에서 어떤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특허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 파이프라인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한국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을 넘어 국내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시장이 있다면.
▲미국과 유럽은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인허가의 중심인 만큼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핵심 시장이다. 동시에 앞으로는 아세안과 중동, 중남미 등 파머징 시장(신흥 제약바이오 시장)에도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중국의 빠른 성장이다. 중국은 과거 거대한 시장과 제조 경쟁력 측면에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기준 도입 등 규제 체계의 국제화, 효율적인 임상개발 환경, 대규모 투자 확대 등을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 역량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특히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협력이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는 중국 기업도 늘고 있고 최근 글로벌 기술거래 시장에서 중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40%에 육박한다고 평가된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기술 보안과 공급망 리스크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다.
---올해 상반기 기술수출 규모가 13조 원에 달하고 신약 파이프라인 숫자도 전세계 상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 비해 아직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국내 의약품 파이프라인 수는 3천300여 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10년 간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는데 질적 보완은 필요하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최근 초기 후보물질 자체보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자산에 더 주목한다. 임상 2상 이후 데이터를 확보하면 협상력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은 중국 등에 비해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이 많은 편이라 검증된 자산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정부 지원책 방향을 어떻게 보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정부가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글로벌 경쟁의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매년 수십조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1조 원 규모의 펀드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지속성과 전략성이다. 정부가 초기 위험을 분담해 민간 자본과 글로벌 투자가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바이오산업 성장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대규모 민간 투자가 결합하면서 연구개발, 임상, 사업화가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 역시 이제는 단순한 R&D 지원을 넘어 유망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수출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약개발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이다. 임상 결과나 파트너사의 사업 전략에 따라 계약이 조정되거나 반환되는 일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계약 규모나 업프론트(계약금)의 크기만으로 기술수출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자산 가치를 높여 파트너링하는 것이다. 과거 글로벌 빅파마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플랫폼 자체를 중요시했다면 최근에는 실제 환자에서의 검증 가능성을 더욱 중시한다. 사람에 투여하는 임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하고 이후 개념검증(PoC)을 통해 유효성과 차별성을 입증하면 협상 주도권도 높아지고 검증되기 전의 자산들이 서둘러 매각되는 사례들이 줄지 않을까 한다. 국내 기업 역시 단순한 기술 제공자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개발하고 성장하는 공동개발자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si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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