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131조원·GDP 대비 5.13%…후속투자·청년고용 연결은 과제
中 기술·금융·생산 연결…韓 '연구 연속성·성장사다리' 점검해야
(해남=연합뉴스) 3일 전남광주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내 국가 AI(인공지능) 컴퓨팅센터 건설부지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2026.8.3 minu21@yna.co.kr
(선전·푸저우·핑탄=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한국은 연구개발(R&D)에 적게 투자하는 나라가 아니다.
가장 최근 확정 통계인 2024년 기준 정부와 민간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131조462억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5.13%로 당시 비교 가능한 국가 가운데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연구실의 성과가 신생기업의 성장과 투자, 생산과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는 길은 여전히 좁다.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도 기술이 사업화 단계에서 멈추거나 연구가 중간에 끊기면 R&D가 새로운 고용을 만드는 선순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광둥성 선전과 푸젠성 푸저우·핑탄에서는 기술개발과 생산, 정책금융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연구성과가 시장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이려는 구조가 눈에 띄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중국의 정부 주도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R&D 투자액이 세계 최상위권인 한국에는 이제 '얼마나 더 투자할 것인가'보다 '투입한 돈을 어떻게 시장과 일자리로 연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中이 앞세운 '연결 속도'
중국 산업 현장에서 확인한 특징은 기술 연구와 사업화의 영역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전의 BYD는 '배터리-전자부품-완성차' 생산 라인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고 있었다. 사이버보안 기업 상포는 인공지능(AI)을 보안제품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목해 기술개발을 서비스로 확장했다.
핑탄에서는 지방정부·금융기관·산업단지가 초기기업의 기술개발과 생산을 지원했다. 정보기술 기업 루이첸은 데이터 19만건을 자산으로 등록한 뒤 핑탄농상은행에서 최대 200만위안의 신용한도를 확보했다. 핑탄 지능형 컴퓨팅센터는 500대가 넘는 서버와 2천300페타플롭스(P) 규모의 연산력을 갖춰 중소기업에 AI 연산 자원을 제공한다.
물론, 정책 지원이 실제 매출과 고용, 민간 후속투자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산업시설과 주거지를 먼저 조성한다고 기업과 인구가 계획대로 유입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4일 핑탄에서는 인적이 드문 아파트 단지들도 눈에 띄었다. 개별 주택의 공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푸젠성 부동산시장의 수요 위축은 공식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푸젠성 통계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22.1%, 신축 주택 판매면적은 20.5% 감소했다. 기술·금융·생산시설을 신속히 연결하면 기업의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수요와 고용이 따라오지 않으면 선투자한 시설은 유휴자산과 재정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
◇후속투자 막힌 성장 사다리
우리나라 R&D의 '병목 현상'은 총액보다 자금 집중과 사업화 단절에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는 6조8천111억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었지만 신산업 분야 투자는 5조2천14억원으로 1.2% 감소했다.
신산업 투자액의 79.1%는 수도권 기업에 돌아갔다. 투자를 받은 2천373개 기업 가운데 500억원 이상을 유치한 곳은 6곳에 불과했다. 지방·초기기업이 기술개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받아 생산과 수출 단계로 올라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3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 포럼에서 한국 혁신생태계의 문제로 '진입·검증·성장의 사다리 부재'와 '성과 승계의 단절' 등을 꼽았다.
R&D 성과평가도 논문·특허 수를 세는 데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기술이 시제품·인증·첫 구매·후속 투자·수출로 이어졌는지, 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정책자금도 기술의 성장 단계에 맞춰 연결할 필요가 있다. 공공조달과 정책금융을 활용해 시제품 이후 첫 구매와 후속투자의 공백을 메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정부 지원이 부실한 사업을 연명하게끔 하지 않도록 시장성과 민간 후속투자 여부를 단계마다 검증해야 한다.
◇연구 끊기지 않고, 성과는 일자리로 이어져야
첨단기술 경쟁에는 자금의 규모뿐 아니라 연구의 연속성과 사업화 속도가 중요하다.
지난 2024년 정부 R&D 예산은 전년보다 약 15% 줄었다. 같은 해 한국연구재단 주요 R&D 사업의 국제학술대회 발표는 27.8%, 특허 출원과 등록은 각각 9.1%, 30.2% 감소했다. 이를 예산 삭감의 결과로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구현장의 위축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35조5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9% 늘었다. 그러나 예산을 복원한다고 떠난 연구자와 중단된 실험이 곧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정책 방향이 바뀌더라도 진행 중인 연구의 인력과 핵심 데이터가 단절되지 않도록 연구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개발 속도를 뒷받침할 인력 운용도 과제다. 반도체와 AI 개발은 설계와 실험, 오류 수정, 수율 안정화, 고객사 인증 등 특정 단계에 업무가 집중된다. 현행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활용되고 있지만 개발 일정이 바뀔 때마다 별도의 인가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중국 일부 기업의 '996'(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 관행을 혁신의 해법으로 볼 수는 없다. 총근로시간의 상한과 충분한 보상, 연구자의 자발적 동의와 건강 보호를 전제로 업무 집중기에 시간을 유연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는 특허와 매출에서 끝나지 않는다. 첨단산업이 성장하더라도 신규 인력이 진입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 기술혁신의 효과가 노동시장으로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도시 청년 조사실업률은 17.9%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도 지난달 청년 고용률이 44.2%로 전년 동월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별다른 구직활동 없이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36만7천명으로 6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기술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R&D의 선순환도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기술개발이 시장으로, 시장이 투자로, 투자가 다시 양질의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131조원 R&D의 성패도 결국 여기에 달렸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국내 임금근로자 8명 중 1명가량은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8.11 hwayoung7@yna.co.kr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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