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비 500여대·이용률 90%…韓도 국가 AI컴퓨팅센터 첫삽
연합인포맥스
(핑탄=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에는 우수한 모델뿐 아니라 이를 학습하고 실행할 막대한 연산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이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직접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각지에서는 지방정부가 공공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기업의 연산력 임차를 지원해,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푸젠성 핑탄의 '양안융합 지능형 컴퓨팅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센터에는 추론·학습 서버를 포함한 전산장비 500여대가 배치돼 있다.
센터의 전체 연산력은 2천300P페타플롭스(P)로, P는 AI 연산능력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다. 이 가운데 300P에는 화웨이 어센드 계열 장비가 적용됐다. 센터는 지난해 4월 공개된 뒤 같은 해 6월 1단계 1천P, 12월 2단계 1천300P를 차례로 가동했다. 화웨이와 중국 정보기술 기업 아이소프트스톤 등이 구축에 참여했다.
◇유물 살리고 불량 잡고…핑탄에 스며든 AI 연산력
센터 전시관에서는 연산력을 문화·행정·제조업에 적용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 분야에서는 고고학 자료에서 문양과 형태를 추출한 뒤 AI로 유물의 모습을 추론해 영상으로 구현했다. '멀티모달 데이터 융합'과 '시공간 확산 트랜스포머 모델'을 활용해 문자와 사진으로 남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문화를 시각 콘텐츠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행정 분야에는 딥시크 기반의 '정무 디지털 휴먼'을 적용했다. 대만 주민에게 취업·창업과 생활서비스, 관련 정책을 안내하고 24시간 상담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정책 해석과 지식 추천, 문답 기능을 하나의 가상 안내원에 통합했다.
센터는 레이스 원단의 결함을 카메라로 판별하는 AI 시각검사 사례도 소개했다. 센터 전시자료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는 검사 인력 투입을 45% 줄였고, 직원 한 명이 담당하는 직조기는 1∼2대에서 3∼5대로 늘었다.
결함 검출률은 95% 이상이며 원단 손실률은 1.8% 낮아졌다. 직조기 한 대당 연간 1만5천∼2만위안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유전자 분석, 임상 의사결정에 대규모 모델을 활용한다. 향후 드론 배송과 섬 순찰, 항공구조 등 핑탄의 '저고도(低空) 경제'와 해상풍력 발전량 예측에도 연산력을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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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300P보다 중요한 것…연산력도 결국 '쓸 곳' 있어야
컴퓨팅센터의 경쟁력은 구축한 연산력의 규모보다 이를 지속해서 사용할 기업과 산업을 확보하는 데 달렸다.
푸젠일보에 따르면 센터는 실제 사용한 연산량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종량제를 운영한다. 센터 책임자는 장비 이용률이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용 기업의 대규모 AI 모델 추론 속도는 50% 이상 향상되고 전체 운영비는 약 40%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센터의 가동 규모가 커지면서 전력 사용량도 증가했다. 월간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6월 42만8천700㎾h에서 12월 133만6천800㎾h로 211% 증가했다. 센터는 핑탄의 풍력발전 전력을 우선 활용해 전력비와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핑탄은 연산력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관광·섬유·바이오·저고도 경제 등 지역의 실제 수요로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대만 주민을 위한 행정 안내부터 원단 검수와 신약 개발, 드론 운항까지 응용 분야를 확대해 센터를 지역 산업의 공용 기반시설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3일 전남 해남에서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착공했다. 오는 2028년까지 첨단 AI 반도체 1만5천장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연산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연산장비를 확보한 다음이다. 중소기업과 연구자가 필요한 순간 합리적인 비용으로 연산력을 이용하고, 이를 제조·행정·의료 현장의 서비스와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핑탄의 사례는 AI 인프라의 성패가 서버 숫자나 연산력의 총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축한 연산력을 누가, 얼마나 지속해서 활용하느냐가 결국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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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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