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ETF 줄줄이 상폐…운용사 울리는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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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상관계수 지키기 싫으면 그냥 사모펀드 하시든가요."
국내 A 자산운용사 임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한국거래소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서다.
최근 들어 한국거래소에 대한 자산운용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가 상관계수 미달 상장지수펀드(ETF)들에 대한 상장폐지를 강행하면서 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측은 전날 A 운용사 측에 전화해 최근 보도자료와 언론 홍보 활동에 대한 정정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거래소는 A 운용사가 상관계수 규정을 못 지켜 상장폐지 조처된 데 대해 대외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는 건 논점을 흐리는 행위라고 봤다. 상장폐지 전후로 거래소와 일부 운용사들은 최근까지도 장문의 이메일과 유선 전화를 주고받으며 실랑이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지수 훌쩍 웃돌았지만 상관계수 못 지켜 줄줄이 '상폐'
상관계수란 ETF가 '비교지수'(패시브 ETF의 경우 '기초지수')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에 따르면 상관계수 기준 미달 상태가 3개월 연속으로 이어지는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다.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내려가면 상장폐지된다.
포트폴리오 종목을 유연하게 바꿔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잘 굴린 펀드'로 인정받는 액티브 ETF들로선 이런 상관계수 규제가 운용 자율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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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지수는 '앞으로 ETF를 이 지수에 준해서 운용하겠다'는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이다. 비교지수를 벗어난 운용역의 판단이 매번 초과 수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
이에 거래소는 상관계수 요건 미달을 상장폐지 사유로 정하고 엄격히 관리할 책임이 있다.
다만, 비교지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익률을 내고도 상관계수 요건을 못 채워 사라지는 ETF들이 속속 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인기 ETF 4종이 상관계수 미달로 인한 첫 상장폐지 사례를 만들었고 이달 들어선 타임폴리오운용의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가 상장폐지됐다.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는 액티브 운용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 5월 14일 기준 1년 수익률이 36.06%였다. 비교지수(Dow Jones U.S. Dividend 100 Index 원화환산지수) 대비 각각 9.42%포인트 웃돈 성과를 내고 있었다. 지난달 초 상장폐지 된 한투운용도 마찬가지다.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의 경우 지난 6월 26일 기준 1년 수익률이 무려 167.75%에 달했다. 비교지수(Bloomberg TOP30 Supply Chain Plus Apple Index) 대비로도 28.12%포인트 웃돌았다.
이후로도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되는 ETF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NH아문디자산운용의 상품이 상관계수에 일시 미달해 거래소의 전화에 시달렸다. NH아문디운용은 지난 3일부터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의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떨어졌다.
◇규제 푼다는데…상폐 사례 늘려가는 거래소
하지만 문제는 거래소가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야 할 '상장폐지 조치'를 일차적인 옵션으로 쓰고 있단 점이다.
앞서 한투운용과 타임폴리오운용은 비교지수와 다른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구간에서 초과성과가 발생하며 상관계수가 급락했다. 이후 이들 운용사는 상관계수 요건을 맞추기 위해 비교지수 '완전 복제'에 가까운 수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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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지만,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데다 상관계수 회복에 힘쓰고 있는 상품을 기계적으로 퇴출하는 게 오히려 투자자 선택권을 침해한단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피할 보완책부터 찾는 게 투자자 보호에 더 부합할 수 있단 얘기다.
앞서 상장폐지 조처된 운용사들은 대표가 직접 거래소를 찾아 상관계수를 좁힐 시간을 더 달라고 소명했지만, 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 최근 1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관계수에는 과거의 구간이 계속 포함된다. 운용 방식을 고친 뒤로도 이전 수치가 산정 대상에서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 3개월의 개선 기간 내 기준을 회복하기 어렵다.
당국의 정책 방향이 운용 자율성 보장을 위해 '상관계수 폐지(완화)'를 추진하는 점도 거래소의 강경한 행보와 배치된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상관계수 규제를 풀어 '완전 액티브 ETF'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상반기 안으로 지수 연동 요건을 폐지(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으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 여파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상장폐지 사례들이 더 나오기 전에 유예기간을 더 부여하는 등 '상장폐지 요건'을 우선 손질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소의 산정 방식도 논란거리다. 거래소 규정은 상관계수를 '최근 1년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거래일 기준의 250여 일을 뜻하는지 달력상 1년을 뜻하는지 모호하다.
미국 증시 휴장일 전후의 날짜들을 산정 표본에서 의무적으로 제외하는데, 이로 인해 상관계수 회복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단 지적이 나왔다. 미국 휴장일 전후의 누락 표본을 포함하면 상장 유지 기준인 0.7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95조에 따르면 거래소는 시장 관리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고려해 상관계수를 산출할 수 있다. 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외를 반영할 재량이 규정상 열려 있는데도, 거래소가 관행적인 계산 방식만 고수했다는 게 운용업계 주장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상관계수는 단기간에 절대 개선할 수 없는 어려운 지표인데, 애초 전례가 없어 상장 폐지 예상을 못 했던 운용사 책임도 있지만, 사전 모니터링은 하지 않다가 상장폐지 시점이 임박해 운용사를 압박하는 건 거래소도 관리 책임이 있어 보인다"며 "거래소가 이를 중요한 상장 유지 요건으로 봤다면 유예기간이 끝나는 '상장 후 1년'이 된 시점부터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경고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행 규정이 있는 만큼 운용사가 준수 의무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ETF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상관계수) 회복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는 개선 기회를 주는 게 시장 관리자의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소 "상폐 강행 아냐…예외 적용은 신중"
다만 거래소는 상장폐지를 강행한다는 업계 비판에 선을 그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무조건 상장폐지를 시켜야겠다는 입장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문제가 생기면 상장폐지까지 가기 전 해결하기 위해 운용사들과 꾸준히 이야기했고, 운용사가 규정 안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받아들이겠다고도 설명했다"고 했다.
다만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뚜렷한 추가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독단적으로 현행 규정을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관계수 산출 시 '시장 관리상 필요한 사항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시행세칙도 운용사의 관리 부실을 구제하기 위한 조항은 아니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천재지변이나 전쟁처럼 누구도 예측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예외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취지"라며 "이를 일반적인 운용 사례에 적용하면 오히려 재량권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 관리가 없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거래소는 상관계수가 0.7 아래로 떨어지면 즉시 운용사에 통보하고 있고, 한투운용에서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기준 미달 가능성이 있는 운용사들에 선제적 관리를 요청했단 것이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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