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적자성 채무 첫 1천조 돌파…실효적인 관리 필요성 지적
野, 국회 결산심사서 공세 예고…"나라빚 증가 책임 추궁"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오른쪽),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8.21 jeong@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재정당국은 나라 빚을 갚는 것보다 미래 투자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 적자성 채무가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2025회계연도 국회 결산심사와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야당의 거센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다.
정부가 발표하는 다음 해 예산안의 내국세 세입예산이 장기 추세치를 넘어선다면 상회분을 '추가세수'로 인식해 기금으로 전입한다. 반대로 추세치를 밑돈다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출한다.
매년 9월 실시되는 세입 재추계를 통해 변경된 내국세 세입예산이 당초 세입예산을 웃돌 경우 발생하는 차액인 '초과세수'도 기금에 적립된다. 세입결손이 발생하면 기금에서 전출한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입된다.
문제는 국가채무 상환에 쓰여야 할 추가세수가 특정 재정사업에만 투입돼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내년 역대급 세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안팎에선 미래대응기금 적립 규모가 100조원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매년 재정을 운용하면서 예산 편성 때보다 세수가 많이 들어오거나 지출을 덜 하게 되면 돈이 남는데 이를 세계잉여금이라고 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에서는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과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을 거친 뒤 세출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래대응기금이 이런 국가재정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가채무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 관리를 도외시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기준 적자성 채무는 1천25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결산(925조7천억원) 대비 99조4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는 올해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금융성 채무는 8조9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결산 대비 국가채무 증가 폭(108조3천억원) 중 91.9%가 적자성 채무인 셈이다.
국가채무는 성질에 따라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분류된다.
금융성 채무는 외환·융자금 등 채무상환을 위한 별도의 재원 조성 없이도 자체상환이 가능한 채무를 말한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대응자산이 없어 채무를 상환할 때 조세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해 국민 부담으로 직접 연결된다.
예정처는 "적자성 채무의 가파른 증가는 국민의 실질적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 이자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운용의 경직성 심화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며 "국가채무 총량뿐 아니라 적자성 채무 수준에 대한 적극적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적자성 채무의 관리 목표 및 관리 방안을 검토·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2027년 예산안 심사 시 국회에서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규모도 '800조원+α'로 편성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세수 호황으로 국채 발행 부담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총지출 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적자성 채무가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될 우려도 있다.
재정당국은 재정건전성 관리보다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미래 투자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21일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 브리핑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거나 소극적인 재정건전성 관리에 활용하기보다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생산적 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다만 "필요한 경우 국채를 상환하는 등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2025회계연도 국회 결산심사와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은 다음 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의 적정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5회계연도 결산심사의 핵심은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을 통해 본예산 673조3천억원에서 703조3천억원으로 30조원이나 늘리고 국가채무 역시 28조6천억원으로 증가시킨 방만한 재정확대 정책의 적정성을 엄정하게 검증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예산집행에 대해 2차 추경 사업의 연내 집행률을 분석해 과도한 추경 편성, 불필요한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나라 빚 증가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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