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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이모저모] 여의도 증권맨들의 '불편한 점심시간'

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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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전후로 장세 돌변 '부지기수'

증권맨들 "역대급 난이도 주식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아까까지만 해도 급등하더니 또 뒤집혔네요. 이러니 밥이 넘어가겠습니까."

요즘 증권맨들에게 점심시간 두 시간은 사치다. 식후 다시 차트를 켜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오전장의 상승분을 뱉어내기 일쑤여서다. 반대인 경우도 많다. 개장 후 급락했던 지수가 오후 들어선 '황말올'(급락한 주가를 황당할 정도로 말아 올린다는 뜻의 주식 은어)에 성공해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된다.

올해 증시는 쉬지 않고 경보음을 쏟아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에 걸린 사이드카 횟수만 총 49회(매수 24회·매도 25회)다. 특히 7월(15회)과 8월(6회) 등 최근 두 달에 집중됐다. 코스닥 32회(매수 18회·매도 14회)를 더하면 올해 양대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만 81회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양 시장 45회를 갑절 수준으로 웃돌며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시장을 지켜봐야 하는 증권맨들은 잠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잠깐 방심하면 지수가 크게 올라가거나 빠져 있을 때가 많다"며 "식사 중에도 휴대전화로 차트를 수시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장이 개장하고 뒤이어 중국장이 열리면서 각 시장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 전파된다"며 "장중 새로운 변수가 유입되는 가운데 수급 기반은 취약해 이슈 하나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인다"고 밝혔다.

직접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들도 변덕스러운 장세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시장 방향에 그대로 노출되는 '롱온리'(매수만 하는) 운용사뿐 아니라 '롱숏'(오를 종목을 사고 내릴 종목을 공매도하는 전략 병행) 운용사들도 고민이 많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운용 대표는 "변동성이 심해지면 펀드매니저들은 너무 피곤하다"며 "과거엔 기업의 실적 개선을 예측해 투자하면 대부분 맞았지만, 지금은 반도체 양대 종목에 대한 지수 의존도가 훨씬 커졌고 대형 상장지수펀드(ETF)의 편·출입에 따라 주가가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오르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술주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선 실적이 개선되는 저평가 종목을 골고루 발굴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넥스트레이드 운영 이후 트레이더들이 집중해야 하는 거래시간이 더 길어졌다"며 "근무 강도가 세진 만큼 식사 때 만큼은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신민경 기자]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는 "시장 급등락 폭이 크면 매수·매도 종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요즘 장은 이런 상황의 반복"이라며 "종목별 움직임이 뚜렷하게 갈리지 않아서 롱숏 운용도 쉽지 않다"고 했다

안 대표는 "운용 부담을 줄이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롱(매수) 포지션도 숏(공매도) 포지션도 안 잡는 게 나을 수 있다"면서도 "시장을 좌우하는 두 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펀드매니저들도 '여전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곳과 '다른 섹터와 종목으로 분산하는' 곳으로 전략이 갈리고 있다"고 했다.

파생상품 전문가인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장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포지션 조정이 국내 증시가 변덕스러워진 배경 중 하나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 반도체주가 세계 투자시장의 강한 신호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그날 밤 열릴 미국 시장의 움직임을 미리 점검한다"며 "글로벌 뉴스와 유가, 일본 금리 등을 살피면서 장중 포지션을 미리 바꿔놓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종가에 집중되는 ETF 매매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전 애널리스트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순자산가치(NAV)를 새로 산출하기 위한 매매가 종가에 몰리고 있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장 막판 급하게 바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단타'(단기매매) 성향도 변동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위원은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매매 호흡도 짧아졌다"며 "단기 매매와 역발상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시장 변동성을 다시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관투자자는 실적이나 가격 모멘텀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호흡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잔뼈 굵은 슈퍼개미들도 장 대응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200억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어느 전업 투자자는 "올해는 역대 최고의 난도로 체감된다"며 "평균으로는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자산이 하루에 10%씩 불었다 줄었다 하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주식시장은 자산가 투자자들도 그간의 투자 노하우를 버리고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엉덩이가 무거웠던 슈퍼개미들도 올해는 '단타'에 참전했다. 그는 "자산가들은 주문 규모가 커서 단타를 하기 어려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크게 불어나면서 그간 단타를 꺼리던 큰손들까지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아 단기 매매 수요가 쏠렸단 설명이다.

그는 "극단적인 경우 올해 신용융자로 주식에 투자하던 1천억원 대 전업 투자자의 자산이 50억원으로 줄어든 사례도 있었다"며 "단타는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도박성이 강하다 보니 투자자들 성향도 급해졌다. 올 들어 과잉 레버리지로 변동성이 극심할 땐 약속을 최소화하고 장 대응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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